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발행잔액 30억 이하는 '관리 사각지대'…업계선 "올 것이 왔다"

[오렌지메시지 선불금 '먹튀']

미등록 선불업체만 58곳 달해

외부예치 등 보호장치 마련 필수

전금법·전상법 개정안 처리 시급

오렌지메시지의 선불 결제 상품. 선불금은 최소 1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이다. 자료 제공=오렌지메시지오렌지메시지의 선불 결제 상품. 선불금은 최소 1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이다. 자료 제공=오렌지메시지







오렌지메시지의 ‘먹튀’ 논란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언제일지는 몰라도 벌어졌을 일’이라는 반응이다. 오렌지메시지는 법정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유사한 선불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충전금 외부 예치 및 운용 내역 공개 등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제도의 사각에 위치해 관리·감독의 대상에서 빠져 있는 만큼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먹튀’와 같은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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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논란이 된 비즈메시지 전송 대행 업체 오렌지메시지는 전자금융업자 등록 대상이 아니다. 전자금융업자 등록 요건은 발행하는 선불금이 복수의 가맹점에서 사용되고 발행 잔액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로 제한돼 있다. 그렇다 보니 오렌지메시지는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도 오렌지메시지와 비슷하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타벅스 선불 충전금은 총 1801억 원이다. 네이버파이낸셜(1264억 원), 토스(1301억 원) 등 대형 전금업자들의 발행 규모를 크게 웃돌지만 전금업자로서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단일 목적, 단일 업종에서만 (선불금을) 사용하는 부분까지는 규율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 규율 대상이 아니더라도 총 선불금 발행액이 너무 많아지는 등 리스크가 높아질 경우에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00억 원 규모의 피해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가 벌어지자 스타벅스를 포함한 미등록 선불 업체 58곳의 재무 상태 건전성 조사에 나선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비(非)전금업자인 선불 업체들의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홍 의원이 지난해 발의했지만 여전히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오렌지메시지·스타벅스 등 비전금업자의 선불금 외부 신탁, 운용 내역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 역시 발의 4개월이 지났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은 의견조차 내지 않고 있다. 담당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예비 검토 후 법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관리·감독의 수단이 없다면 언제든지 ‘사고를 치는’ 업체들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현행 규정이 지급·결제 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사각지대”라며 “제도 정비와 함께 충전금 외부 예치, 지급보증 계약 의무화 등 소비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많을 경우 혁신적인 핀테크 출현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이들 비전금업자들의 관리·감독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번 오렌지메시지 사태 피해자들 역시 피해액을 구제받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고 받더라도 해결될 때까지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업체 등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현재 120여 명이 향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집단 형사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법률 자문을 진행한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고객에게 선금을 받아 보관하던 중 이를 서비스 제공에 쓰지 않고 다른 곳에 쓰거나 빼돌렸다면 업무상 횡령 또는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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