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달내내 계속 아파요"…확진자, 10명중 8명 '롱코비드'

국내 누적 확진자 1300만 명 돌파…후유증 호소 급증

WHO, 감염 후 증상 2~3개월간 지속될때 '롱코비드'로 정의

피로·두통·기침 외에 다양한 전신반응…정신적 고통도 심화


#코로나19 감염 후 이달 초 업무에 복귀한 한상훈씨(44·가명). 격리해제된 지 한달이 되어 가지만 가슴 답답함과 두통, 불면에 시달리고 있다. 잔기침과 가래 증상도 지속되어 아직 약도 끊지 못했다. 병원을 찾아 바이러스 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심장초음파 등 온갖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 씨는 "검사 결과에 문제가 없다니 안심이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아 답답하다"며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기침할 때조차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됐지만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0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309만 5631명이 됐다. 전체 인구의 4명 중 1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지난해 12월 첫 유입 사례가 확인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뒤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후유증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살펴보면 올해 1월 말부터 '코로나19 후유증' 검색량이 급증했다.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한 달 넘게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꽤 된다.



국내에선 최근에야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는 추세지만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직후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국가에서는 1년도 전에 공론화를 시작했다. 지난 2020년 7월 미국의사학회지(JAMA)에 '급성 코로나19 감염 이후 영구적 증상'이란 제목의 논문이 실리며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탈리아 로마 의료진들이 2020년 4월부터 5월까지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된 환자 143명을 2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87.4%가 피로·호흡곤란·기침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통상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롱코비드(Long Covid)'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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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도 각각 ‘포스트 코비드 컨디션’,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 등이란 용어를 붙이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 후유증은 호흡곤란·기침·인후통·객담·발열 등 급성기 잔여 증상, 피로·두통·기억력 감소·후미각 상실·우울증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8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 영향 관련 50여 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80%가 1가지 이상의 장기 후유증을 겪었다. 피로감이 58%로 가장 많았고, 두통(44%), 주의력장애(27%), 탈모(25%), 호흡곤란(24%)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개별 환자에 따라 증상과 중증도 편차가 컸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중국 환자의 50% 이상이 발병 후 1년 후에도 흉부영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환자가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완벽한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후유증 현황 파악이 미비해 정부가 최근 구체적인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기존에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 연세의료원 등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시한 후유증을 조사한 결과 20%~79%의 환자에게서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의 증상이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의 19.1%가 후유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같은 기존 연구가 기저 질환자와 중증 환자, 입원 환자 중심으로 조사돼 정상 성인의 후유증 빈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고 본격 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서울·경기·충청·경상·부산·제주권 지역 14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기저질환이 없는 60세 미만 확진자 약 1000명을 목표로 후유증 조사를 수행 중이며, 올 하반기 중간 결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완치 후 후유증은 전 인류가 겪는 흔한 증상인만큼 좌절하지 말고 증상에 맡는 치료를 받을 것을 원한다.

특히 기침은 코로나19 감염 후 약 2~6개월 사이에 가장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피로, 통증 등과 달리 주위 사람에게 표현되기 때문에 감염병의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가장 심리적 타격이 크다. CT 검사상 이상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는 약 10%~20%에 불과하다 보니 원인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좌절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송우정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의 약 18%가 2~4개월 이후에도 여전히 기침 증상을 겪는다"며 “사회로 복귀하는데 중요한 걸림돌이 되면서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미크론 확산세를 고려할 때 향후 후유증 관리가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진료과가 모여 코로나19 확진자의 재활과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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