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시간 제한 없이 논의하자”며 업무 보고 방식 재편을 주문했다. 취임 한 달여를 앞두고 국정 과제 선정에 나선 윤 당선인이 경제 살리기에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인수위도 추가 민생 대책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민생 챙기기로 논란이 불거진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도 정면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삼청동 인수위 정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전날 경제 관련 업무 보고에서) 공식적인 회의 형태 보고보다는 분과별·주제별로 소규모로 모여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시간 제한 없이 실질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형식으로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신 대변인은 이에 따라 “기존 업무 보고 형식을 버리고 그에 맞춰서 형식을 새롭게 재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동시에 추가 민생 대책도 발표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실행 태스크포스(TF)인 ‘도심주택공급실행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도심주택공급실행TF는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상화’ 공약의 핵심인 ‘주택 250만 호 공급’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당선인은 “확실한 주택 공급 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주거 수준을 제고하겠다”고 공약했다. 5년간 250만 호 이상 공급을 공약하고 세부적으로 도심·역세권 복합 개발을 통해 20만 호(수도권 13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이날 국토부와 서울시가 도심주택공급실행TF를 구성한 것도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되는 서울시의 도심부터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신호를 주겠다는 취지다. 김기흥 인수위 부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도 전국 단위의 주택 공급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자체별로 실행 TF를 구성한다는 게 인수위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인수위가 윤 당선인의 ‘민생 주문’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인수위 워크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라고 강조했다. 또 29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해서는 “부동산 매매 시장과 집값, 세금 문제가 겉으로 보기에 쉽다고 접근했다간 큰코다치기 일쑤일 것”이라며 “민생은 빈틈없이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진지한 각오로 접근해 달라”고 주문했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지시가 떨어지자 ‘일 잘하는 정부’ 슬로건의 대책을 쏟아냈다. 인수위는 30일 부동산TF를 가동하고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부활을 예고했다. 또 전날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 위해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도심주택공급실행TF 구성까지 사흘 연속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8월 임대차 3법 도입 2년 차에 맞춰 전·월세 계약 변경 등 시장의 혼란을 예상해 민간이 선제적으로 공급을 풀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여기에 인수위는 소상공인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소상상공인 부실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부실자산 처리 은행)’ 설립도 추진한다. 민생과 관련해 그야말로 속도전을 벌이는 셈이다.
인수위가 다음 주 물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전날 당의 경제 전문가인 유경준 의원과 윤창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양극화) 격차가 큰데 물가도 오르고 있다. 정권 초에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가면 민심이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인수위는 정부에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추가 인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지방선거의 한가운데서 취임한다”며 “민생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