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10억 집 팔면 양도세 1.4억 아낀다…다주택자 매물 나올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에 매물 출현 기대 ↑

빠르면 4월…늦어도 5월 11일부터 적용 대상

7년전 5억원 취득한 주택 10억원에 매도시 1.4억 감세

“절세효과·차익실현 노릴 다주택자 많을 듯”

‘똘똘한 한 채’ 선호에 지역별 매물 쏠림현상 전망





새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꺼내 들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등 조정지역에 2주택 이상을 쥐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최대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이번 조치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물건을 중심으로 매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부동산 업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가 시행된다면 시장에 유의미한 물량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인수위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행령을 고친다면 이르면 이달부터 1년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면제된다. 이 경우 최고 75%(지방세 포함 82.5%)의 양도세를 내야 했던 다주택자들이 6~45%의 기본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현 정부에서 시행령 변경을 하지 않는다면 새 정부 출범일(5월 10일) 다음 날 양도분부터 혜택을 받는다.

관련기사



서울경제가 부동산 세금 계산 서비스 셀리몬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많게는 수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 2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7년 전에 5억 원에 취득한 A단지를 10억 원에 매도할 경우 현행 중과세율 적용 시 3억 41만 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반면 중과세율이 배제되면 내야할 세금은 1억 6016만 원으로 1억 4025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다주택자가 A단지보다 시세 차익이 큰 B단지를 처분하면 양도세 절감 효과는 더 높아진다. 10년 전 10억 5000만 원이던 B단지를 19억 원에 팔면 현재는 5억 3906만 원을 내야 하지만 중과세율 배제 때는 2억 7407만 원으로 절반(2억 6499만 원)에 가까운 세 부담을 덜게 된다. 만약 다주택자가 A단지와 B단지 중 어느 하나라도 처분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올해 재산세(667만 원)와 종합부동산세(3922만 원)를 합해 약 4589만 원의 보유세를 납부해야 한다.

업계는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이 한 차례 유예됐던 2019년보다 시장에 나올 매물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번 배제 조치는 보유 기간에 대한 조건도 없고 시장 상황상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전국 평균 17.22% 상승한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다주택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기에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까지 매도하려는 매물이 출현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여나 교환 등 우회 거래되던 매물도 정상적인 매매 시장으로 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셀리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선구 아티웰스 대표는 “2019년 정부의 12·16 대책 당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가 이뤄졌지만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으로 한정해 매물 출회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이번 조치는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적용하기 때문에 이익 실현을 고민하는 다주택자 위주로 주택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매물이 나오는 정도는 크게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주택자들이 핵심 지역 물건을 끝까지 손에 쥐고 나머지를 우선적으로 처분하려 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는 이번 조치로 거래에 수반하는 세금 부담이 다소 낮아지면 조정대상지역을 위주로 세 부담을 낮추려는 다주택자 매물이나 차익 실현하려는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함 데이터랩장은 “새 정부 아래 정비 사업 진척에 대한 기대감이 큰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 주변 지역은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에 매물 증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라는 카드가 전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한 방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가 다주택자를 압박하던 부동산 세제 전반을 손보면 지난 정부에 극심했던 ‘똘똘한 한 채’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며 “여기에 매수자를 자극하는 대출 규제 완화와 매도를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완화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시장에 나온 물량을 매수층에서 모두 소화해 시장가격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민 기자·노해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