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086900)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 기업인 휴젤(145020)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 공정 등을 휴젤로부터 도용당했다는 이유에서다. 메디톡스가 국내 보툴리눔 톡신 관련 기업을 ITC에 제소한 것은 대웅제약(069620)에 이어 두번째다. 휴젤은 “전형적인 경쟁사 발목 잡기”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협력사들과의 합의에 성공하며 소강 상태를 보였던 국내 기업들 간 ‘보톡스 전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메디톡스는 1일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메디톡스의 균주 및 제조 공정을 도용한 휴젤, 휴젤 아메리카, 크로마 파마 3개 사를 미국 ITC에 제소했다”고 1일 밝혔다. 메디톡스는 소장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 등 영업 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며 “ITC가 휴젤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고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글로벌 로펌 퀸 엠마누엘 어콰트&설리번(LLP)이 메디톡스를 대리한다. 모든 소송 비용은 글로벌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회사(사명 비공개) 등이 부담한다. 메디톡스는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 다만 승소 시 배상액의 일정 비율을 투자회사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휴젤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휴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메디톡스의 ITC의 제소 내용은 허위 주장이며 무리한 소송”이라고 반박했다. 휴젤은 “당사 보툴리눔 톡신의 개발 시점과 경위에서 메디톡스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어떤 정황도 없다"며 "미국 시장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른 전형적인 ‘발목 잡기’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강력한 법적 조치를 통해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메이톡스는 앨러갠과 함께 2019년 1월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협력사인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한 바 있다. 2년여의 소송 끝에 대웅제약을 제외한 협의로 마무리됐다. 이 합의로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최대 주주에 올랐고 매년 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메디톡스가 소송 타깃을 대웅제약에 이어 휴젤로 확대하면서 관련 업계는 또다시 소송전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글로벌 소송 전문 기업까지 동원해 전방위적인 소송에 나선 만큼 업계 전체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관련 업계 전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도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악재가 발생해 전반적인 사업 위축이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