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게으른 친환경’은 그만

유주희 디지털전략·콘텐츠부 차장





친환경이라는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데도 친환경인 양하는 상품·마케팅 등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계절마다 디자인을 갈아입고 출시돼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텀블러나 에코백이 대표적이다.

텀블러·에코백은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쇼핑백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물건들이다. 기업들도 이 같은 제품을 출시해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려 한다. 그런데 이런 물건을 단순히 예뻐서, 한정판이라서 몇 개씩 사들인다면 환경을 오히려 해치게 된다. 생산·유통 과정에서 그만큼 자원이 소모되고 오염 및 탄소 배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출시하는 기업들이 그린워싱의 주범이다.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계열사에서 한편으로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석탄 발전소를 운영 중이라면. 패스트패션 기업이 출시하는 에코퍼(동물의 털을 쓰지 않은 인조 모피)와 비건 가죽(사과 가죽이나 합성 가죽) 제품은 어떨까. 매주 신상품을 쏟아내는 패스트패션은 한 철 입고 버리는 옷이라는 트렌드를 정착시켰고 이로 인해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는 매년 4만 톤의 옷이 버려지고 있다. 라벨을 없앤 ‘무라벨 음료병’은 기존 제품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 증가의 원인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이런 기업들에 그린워싱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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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업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도가 그린워싱으로 비판받고 심지어는 ‘그린워싱에 거리낌이 없는 악독 기업’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이상 이어져 온 사업을 포기하고 100% 친환경 사업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기업과 소비자가 조금씩 양해하면서 풀어가야 할 문제다. 소비자는 앞으로도 그린워싱을 경계하며 기업에 더 나은 대안을 촉구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이 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는 쉽게 실망하지 않고 산업계를 상대로 장기전을 펼칠 전략이기도 하다. 기업은 보여주기식 친환경, 게으른 친환경을 피하기 위해 분투해야 할 터이다. 대충 친환경 이미지만 얻어가려는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친환경과 그린워싱에 대해 소비자보다 더, 심지어 환경단체들보다도 더 연구하고 이를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믿을 수 있는 친환경 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기회이기도 하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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