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방 소수민족 공화국 출신 병사들을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국 내 전쟁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소수민족 병사들을 최전선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러시아 연방 소수민족 공화국 출신 병사 수는 최소 271명이다. 러시아 국방부가 밝힌 전체 전사자 1,351명의 20%에 달하는 수치다.
현지 언론은 “실제 전사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러시아 정규군 대비 소수민족 공화국 출신 전사자 수가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총 85개의 연방주체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소수민족 공화국은 22개다. 지역별로 사망한 병사들의 수를 보면 남부 카스피해 서쪽 연안 지역인 다게스탄공화국 병사 130명, 몽골 접경 지역 투바공화국 병사 96명, 역시 몽골 접경 지역 바이칼호 인근의 부랴트공화국 병사 45명 등이다.
러시아가 정규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소수민족 병사들을 위험 지역에 우선 배치해 희생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랴트공화국 병사들은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안토노프 공항 점령 작전에 투입됐다가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반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해당 작전에 투입됐던 부랴트공화국 병사 중 2명은 결국 28일 시신으로 돌아갔다.
러시아 군사 분석가 파벨 루진은 “러시아군 희생자의 상당 수가 부랴트공화국, 칼미키야공화국, 다게스탄공화국과 같은 가난한 소수민족 공화국 출신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냉혹하게도 러시아인들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파란 눈 병사의 죽음보다 이들의 죽음에 대해 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들의 희생이 커지면서 러시아 내 민족주의가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유도 모르고 전쟁에 동원된 어린 병사들의 시신이 돌아오면서 이들 지역 내에서 연방정부에 반기를 드는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