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리는 시대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약 38%로 집계됐다. 많은 사람들이 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난치암이라고 해도 조기 진단되면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간(2015~2019년) 진단된 모든 암 환자의 병기별 5년 상대생존율을 살펴보면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Localized)’ 상태일 경우 생존율은 91%에 달했다. 암이 발생한 장기 외 주위 장기 및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을 침범한 ‘국소 진행(Regional)’ 상태에서는 생존율 73.4%로 나타났다. 반면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된 ‘원격 전이(Distant)’의 경우 생존율이 24.4%까지 떨어진다.
암종별 생존율을 살펴봐도 암이 처음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인 경우 전립선암(102.1%)·갑상선암(100.6%)·유방암(98.9%)·신장암(97.2%)·위암(97.0%)·대장암(93.9%) 순으로 생존율이 높았다. 폐암(75%)·간암(60.7%)·담낭 및 기타담도암(52.9%)·췌장암(46.9%) 등이 뒤를 이었다. 모든 암종에 있어 치료 생존율을 향상시키려면 조기진단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신종욱 센터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몸에 이상 증상을 느낀 후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수술로 치료할 수 없을 만큼 암이 커져 있거나 다른 조직으로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을 수 있고 암이 진행되어 나타나는 증상들도 평소 흔히 경험하던 증상과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에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기에 발견되어 치료하면 암으로 인한 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암의 조기진단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검사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앙대병원 암센터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전립선암 진단은 ‘PSA 수치’와 ‘직장수지검사’로
전립선암은 조기진단 시 생존율이 100%가 넘는다. 나이와 성별이 동일하다면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율이 일반인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립선암의 조기진단을 위해 50세 이상 남성은 매년 혈액검사를 통한 전립선특이항원(PSA) 측정 검사와 직장수지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직장수지검사는 비뇨의학과 의사가 항문을 통해 직장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 후면을 만져보며 전립선의 크기와 딱딱한 정도, 주변 조직과의 관계를 짚어내는 검사다. 수지검사에서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면 전립선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최세영 중앙대병원 암센터 비뇨의학과 교수는 “PSA는 전립선암의 진단에 매우 중요한 종양표지자로 전립선암이 있으면 PSA의 수치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PSA 수치가 3~10ng/ml인 전립선암 환자는 3분의 2가 전립선에 국한된 암이다. PSA 수치가 10ng/ml 이상인 환자는 50% 이상이 진행된 암, 20ng/ml 이상인 환자의 경우 20%에서 골반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 갑상선암 가족력 있으면 '초음파검사’ 받아보길
갑상선암은 조기에 진단될 경우 100% 이상의 확실한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거나 영아기 또는 소아기에 얼굴과 목 부위 방사선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홍민지 영상의학과 교수는 “갑상선 초음파검사는 갑상선 결절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검사로 갑상선 결절 유무, 모양, 크기, 방향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는 경우 미세한 주사침으로 갑상선 결절에서 세포를 빨아들여 채취하는 ‘미세침흡인세포검사’를 시행하여 갑상선암을 진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 섬유질 많은 고밀도 유방이라면 ‘유방 초음파검사’가 유용
유방암은 가족력이 높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여성암이다. 40~69세의 여성은 유방암 조기진단을 위해 2년에 한 번씩 엑스레이를 통한 유방촬영이 권고된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암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촉진과 초음파검사 등에서 발견이 어려운 미세석회화 등 유방촬영술에서만 관찰 가능한 조기암 병변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여성들은 유방의 밀도가 높아 유방촬영술 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유방이 고밀도일수록 유방촬영술의 민감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 유방 초음파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안혜신 영상의학과 교수는 “유방초음파검사는 유방 조직의 밀도가 높아서 유방촬영술로는 종괴를 관찰하기 어려울 때 유용한 진단방법"이라며 "암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할 경우 촉진에서 잡히지 않는 작은 종괴를 실시간 관찰하면서 조직검사를 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은 초음파 소견에서 60~80% 가량 구별이 가능한데 악성 종양의 가능성이 있으면 조직검사를 하고 양성 종양으로 생각되면 추적 초음파검사를 6개월~1년 주기로 시행하도록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 신장암 조기진단하려면 40대부터 ‘복부 초음파’ 시행해야
신장암은 초기에 특이 증상이 없고 증상도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진행된 상태에서는 수술 이외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으므로 완치를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신장암의 60~70% 이상이 건강검진에서 복부초음파검사 등 영상검사를 통해 우연히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진단되는 경우 대부분 크기도 작고 병기도 낮아 예후가 좋은 편이다. 생존율은 97.2%까지 올라간다. 그에 반해 10~30%의 환자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어 치료가 어렵고 16.9%의 낮은 생존율을 보인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최세영 비뇨의학과 교수는 “신장암의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40대 이후 건강검진 시 복부초음파 등 영상진단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장기간 혈액투석 등 기존 질환이 있는 환자나 유전적 요인의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 등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신장암 발생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규칙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신장암은 복부초음파, CT, MRI 등으로 모두 진단할 수 있다. 다만 신장암의 진단 및 암 병변의 정도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검사방법은 복부 CT 촬영으로, 병기 및 림프절 전이나 원격 전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40세 이상은 증상 없어도 2년마다 ‘위·대장내시경’ 필수
위암과 대장암의 가장 정확한 진단방법은 내시경으로 병변을 직접 관찰하고 조직검사를 시행해 암세포를 발견하는 것이다.
위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40세 이상의 성인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반드시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거나 위암의 선행 병변으로 간주되는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이형성이 있는 사람은 주기적 검사가 필수다.
대장암 또한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다. 검진을 통해 선종 단계에서 용종을 발견해 대장내시경으로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주현진 교수는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인 경우 45세 이후부터 매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며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포이츠-예거 증후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등이 있는 경우와 가족 중 연소기 용종, 대장암 혹은 용종,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 있는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흡연력 있는 50대 이상은 2년마다 ‘저선량흉부CT’
폐암은 사망률이 높고 진단 당시에 이미 병기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의 경우에는 75%의 생존율을 보이지만 폐암이 원격 전이된 경우에는 생존율이 10%로 떨어진다.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흉부 CT 검사를 시행해 볼 수 있다. 폐암 고위험군은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폐암 검진의 효과가 증명되어 매년 CT검사 시행이 권고된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구강모 교수는 “폐암 검진에서 흉부 CT는 폐병변, 림프절, 종격동 등 폐와 주변 기관의 구조적 이상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며 "CT 검사를 통해 암의 원발부위 및 크기와 주변 조직 침범 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폐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54세에서 74세 중 30갑년(하루 흡연량(갑) X 흡연한 기간(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폐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흉부CT로 국가폐암검진을 받을 수 있다.
◇ B형·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는 6개월 마다 ‘복부초음파검사’
간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만성 B형과 C형 간염, 간경변증 등 위험인자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요인을 지닌 간암 고위험군은 적절한 주기의 검진을 통해 조기에 간암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위험군의 발병 여부를 꾸준히 추적하는 감시검진을 통해 조기에 진단된 간암 환자들은 감시검진를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조영윤 교수는 “40세 이상이면서 B형, 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이거나 연령과 상관없이 간경변증을 진단받은 사람은 6개월에 한 번씩 복부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측정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나이, 성별, 간경변의 진행 정도, 음주 습관, 가족력, 이전의 검진 결과 등을 고려해 간암 발생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복부 CT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위험인자 없이 갑자기 당뇨병 생겼다면 ‘복부 CT 검사’ 필요
췌장암과 담도 및 담낭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있다 해도 위나 간에 문제가 있을 때의 증상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힘들다.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았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의 진단을 위해 활용되는 검사로는 복부초음파검사, 복부CT, 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초음파내시경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검사 등이 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도재혁 교수는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지만 가족력이 있는 사람, 당뇨나 만성 췌장염 환자, 흡연자 등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은 복부초음파, 복부 CT 검사가 진단에 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계 가족 중 특히 2명 이상에서 췌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 △만성 췌장염 환자 △당뇨의 위험인자 없이 50세 이후 갑자기 당뇨병이 생긴 환자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 등은 고위험군이므로 복부초음파 또는 복부 CT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도 교수에 따르면 초음파내시경 검사는 췌장암 진단의 정확도가 매우 높다. 초음파 기기가 부착된 내시경을 이용하여 위나 십이지장을 통해 복부초음파보다 췌장을 더욱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조직검사도 함께 시행할 수 있다. 도 교수는 “췌장 종양과 만성 췌장염의 감별, 2cm 이하 작은 종양의 진단, 췌장암의 병기 결정 등에 초음파내시경 검사가 유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