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의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콘서트와 연계한 ‘더 시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전시 및 체험공간, 팝업 스토어를 꾸민 건 물론 글로벌 리조트 체인 MGM과 협업해 BTS를 테마로 한 객실을 꾸미고,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하이브와 MGM 측은 콘서트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구체적 지표를 종합하지는 못했지만 “굉장한 임팩트가 있으리라 확신한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계 3대 분수쇼’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분수대에서는 매시 정각, BTS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버터’의 메들리에 맞춰 압도적 스케일의 쇼를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 후에도 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이 쇼도 ‘더 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중심가 인접 지역엔 사진전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와 히트곡 뮤직비디오를 재현한 체험공간, 상품(MD) 판매용 팝업스토어가 자리했다.
한 호텔에선 레스토랑을 팝업 식당으로 바꿔 BTS 멤버들이 좋아한 메뉴들을 선보였다. MGM 산하 11개 호텔에서는 BTS를 테마로 한 객실을 마련해 멤버들의 포토카드, '이렇게 만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보라해' 등 손글씨로 만든 메시지카드를 만들어 투숙객을 맞았다.
팬들도 이 공간을 즐겼다. 애틀랜타에서 왔다는 40대 여성 몰리는 “BTS는 나를 젊게 만들어준다”며 “여전히 내 삶에서 결정할 게 많은 40대 중반인데도 BTS의 음악과 그들의 생각은 내 고민을 건드려준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에서 역시 BTS의 팬인 딸과 함께 팝업스토어를 찾은 40대 여성 리사는 “전날 밤 공연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며 “이틀 공연을 보고 바로 집으로 가지만 그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전했다.
앞서 공연 전날인 지난 7일엔 이 프로젝트의 전초전 격으로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전광판마다 보라색 배경에 영문으로 ‘보라해가스’(BORAHAEGAS)라는 문구가 떴다. BTS 팬들의 인사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를 합친 말로,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마련한 환영 이벤트였다.
하이브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 파크’ 콘셉트라며 콘서트와 팬들의 경험을 결합한 완성형 공연사업 모델을 만들려 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준비해 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게 이번 이벤트를 추진한 결정적 계기였다.
김태호 하이브 운영 및 비즈니스 총괄은 9일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당초 2020년 LA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투어가 취소됐다”며 “쇼비즈니스의 ‘끝판왕’ 라스베이거스에서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모델을 하이브의 글로벌 아티스트들에게도 적용하고자 한다며 “향후 공연 규모와 아티스트의 영향력,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레벨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체인인 MGM과의 협력도 주목할 만 했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크리스 발디잔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부사장은 협업 배경으로 BTS의 열정적 팬덤을 꼽으며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고, 결과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다시 찾을 수 있을 추억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BTS의 팬, 하이브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호텔에서 준비한 테마 객실의 규모는 전례가 없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한 경제적 효과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브 관계자도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경험을 한국, 아시아에도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