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OTT다방]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남녀 사이 거리두기 방지 영화

엄태구·이수경 배우의 단편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2017)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스틸 이미지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스틸 이미지




봄꽃 핀 거리마다 사람들 생기가 오랜만에 느껴지는 요즘. 기약없이 이어져왔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씩 풀리고 미뤄두었던 모임이나 행사에 나가는 이들도 많아졌겠다. 그런데 혹시 그곳에서 시선이 자꾸만 향하는 이성을 발견한다면? 그 이성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설렘이 폭발하는 이 순간을 담은 영화가 있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감독지망생 백도환(엄태구)은 친구 등쌀에 못이겨 오랜만에 프리랜서 모임에 나간다.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건조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자리에 앉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저기 끝자리에 앉은 여자 은하(이수경)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는 미소 지었고 시선을 딱히 피하지도 않는다.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조용익 감독)'는 그렇게 시작된다.

모임 이후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길, 도환은 햇살이 부서지는 초록 나무 아래 서서 무언가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여름이었다. 도환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이 생각났던 것인지, 그는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또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오빠 저는 은하라고 해요." 하필 그녀의 풀네임이 '심은하'다. 은하는 "사람들이 심은하보다 제가 더 예쁘다더라"라는 시시콜콜한 농담을 건넨다. 하지만 도환은 농담을 받아 줄 마음이 1도 없다. "영화 보셨으면 아셨을 텐데, 심은하 배우는 초 아름다워요."

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스틸 이미지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스틸 이미지


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스틸 이미지영화 '시시콜콜한 이야기' 스틸 이미지


은하는 자꾸만 시선이 그에게 향한다. 시시콜콜한 영화 이야기를 하는 그가 신기하고 흥미롭다. 용기를 내서 그에게 말한다. 전화번호 좀 달라고, 시간 날 때 가끔씩 나랑 영화 이야기 나눠달라고. 도환은 갑자기 자신이 '8월의 크리스마스' 주인공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기쁨은 아주 잠시, "연락하겠다"라며 멀어져가는 그녀는 누군가의 차를 타고 사라진다. 누가봐도 남자친구다.

그럼에도 도환과 은하는 가끔씩 전화 통화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도환이 쓰던 시나리오 얘기도 하고. 진심어린 피드백도 주고받고. 한시간 넘게 통화하다가 잠들기도 하고, 영상통화도 가끔 나눈다. 두 사람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한다. 사랑이란 감정이 보통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겠으나 도환은 그녀와 거리두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확인했고. 그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까지, 두 번째 확인 끝.

이쯤 되면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직접 만나 밤길을 걷는 두 사람. "내일 모임 나올 거예요?"라는 그녀의 물음에 도환은 결국 "나는 원래 모임을 싫어한다"고 잘라 말한다. 이후에 벌어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도 역시 시시콜콜하지만. 두 남녀가 보여주었던 오만가지 설렘과 밀당, 기대와 착각들이 너무나도 우리들의 연애 모습과 닮아있어 누구든 공감하며 볼 수 있다.

찌질한 연기마저도 달라보이는 개성파 배우 엄태구, 영화 '기적'과 넷플릭스 영화 '야차'를 통해 주목받은 배우 이수경 두 주연의 케미는 말 그대로 설렘주의. 조용익 감독은 최근 주목받았던 10대 마약 범죄 드라마 '소년비행'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조용익 감독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본뒤 믿고 맡겼다는 후문이다. 2017년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시식평 - 모든 관계, 한 번쯤은 객관화해보아야.

+요약


제목 : 시시콜콜한 이야기(Trivial Matters)

장르 : 멜로/로맨스

감독 : 조용익

주연 : 엄태구, 이수경

러닝타임 : 33분

상영등급 : 12세 관람가




볼 수 있는 곳 : 왓챠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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