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 1심 선고를 대법원이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각각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2018년 3월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주요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독성물질이라는 사실과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은폐·누락 또는 축소했다며 시정명령과 공표명령 외에 각각 3900만원과 8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문제가 된 CMIT와 MIT는 2012년 9월 환경부로부터 유독물로 지정됐다.
앞서 공정위는 2011년에 이어 2016년 이들 업체가 판매 중인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가 접수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의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이후 2017년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함유 성분의 위해성을 확인하자 공정위는 재조사를 벌여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처분시한이 경과했다며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가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용 및 출시자제를 권고한 2011년 8월31일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해 공정거래법상 위반 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한 경우 처분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구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위반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을 경과한 경우에는 해당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면, 2012년 3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위반행위에 대해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경우 해당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상을 적용하더라도 공정위가 최초 2011년에 조사를 시작해 처분 시한이 지났다고 이들 업체는 주장했다.
원심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11년 첫 조사가 진행된 점을 근거로 개정 전 공정거래법 적용이 맞다고 봤다. 이를 기준으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표시광고 행위가 제품 판매를 중단한 2011년 종료됐다고 보고 처분시한이 경과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자에게 표시행위 중지 명령은 해당 표시의 제품 생산을 중단하라는 의미이지 이미 유통되는 과정에 있는 상품의 표시까지 삭제하거나 변경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 사건의 표시광고행위는 모두 처분시한이 경과해 공정위의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상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유통하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 위반행위가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제품에 부당한 표시를 했다면 해당 상품이 계속 유통되는 이상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부당한 표시행위로 인한 위법상태가 계속된다"며 "그러한 위법 상태가 종료된 때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은 개정 전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원고가 이 사건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 2011년 표시광고행위가 종료됐다고 단정했다"며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조사개시일은 조사착수일이 아니라 위반행위 종료일, 즉 위법 상태가 종료된 때로 이를 기준으로 제척기간 경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