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이 두 달을 넘기면서 법 적용 사고 기업들에 내려진 작업중지가 속속 풀리고 있다. 법 시행 초기만하더라도 작업중지 해제가 더 어려울 것이란 경영계의 우려가 기우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적용사고는 인명사고인만큼 해당 기업은 근로자 동의를 중심으로 한 철저한 재발방지안을 만들어야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이달 8일까지 40건의 중대법 적용 사고가 발생했고 모두 해당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작업중지는 중대재해나 지방고용노동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고가 발생할 때 명령을 내린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처벌 조항이 있다. 작업중지를 풀려면 해당 기업이 신청한 뒤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최근 3년 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평균 작업중지 기간은 40여일이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달 초까지 작업중지 해제(전면해제)를 신청한 기업은 1곳에 불과했다. 그동안 사고가 발생한 기업이 작업재개를 서둘러왔던 모습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그동안 경영계는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중지명령을 제한적으로 행하거나 조기 해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청이 저조한 배경에는 중대재해법 시행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계에서는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하면 ‘사고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신청을 주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소극적이던 기업들의 분위기가 최근 들어 달라졌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 40건 가운데 10건의 작업중지가 해제됐다. 중대재해법 수사와 작업중지에 대해 기업들이 품었던 일종의 오해가 풀린 결과로 풀이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현장은 예외없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것은 맞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전과 동일한 절차대로 작업중지 신청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부 내 중대재해법 수사과와 작업중지 담당과도 다르다. 수사와 작업중지는 당초 별개란 것이다.
단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 발생 기업은 작업중지를 해제하려면 ‘더 확실한’ 사고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대책을 만들 때 현장 작업 근로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게 필수적이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반드시 작업중지를 한다”며 “근로자 대표, 전문가 등이 안전을 확인하는 경우에만 작업중지를 해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이 부실하면 작업중지는 당연히 해제되지 않는다. 채석장 붕괴 사고로 중대법 위반 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삼표산업은 지난 달 29일 부분 작업중지 해제를 신청했지만 무산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심의회는 사고가 발생한 붕괴지역에 대한 개선계획 미비 등 삼표산업의 안전보건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