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12 전화 "형님 점심 먹죠", 택시기사 기지로 '피싱범' 잡았다

경기도서 보이스피싱범 잇따라 검거…승객 수상한 언행 보고 신고

택시기사 A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태웠을 당시의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택시기사 A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태웠을 당시의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택시기사들의 기지로 경기도 곳곳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검거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택시 기사 A(54) 씨는 지난 2월 21일 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사 중인 여주경찰서 한 경찰관으로부터 1월 26일께 시흥시에서 태웠던 승객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연락을 받은 다음 날인 22일 오후 1시 호출을 받고 시흥에서 태운 승객이 여러 정황상 전에 자신이 태웠던 그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태운 채 주행하던 그는 지인과 식사 약속을 하는 척하며 112에 전화해 차분한 목소리로 "형님, 우리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요?"라며 통화를 시작했다.

전화를 받고 "112입니다"라고 답한 경찰관은 A씨의 대화 내용이 범상치 않자 범죄 신고임을 즉시 알아채고 현재 주행 중인 장소 등에 대한 답변을 유도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통화 내용을 토대로 그의 택시가 남안산 나들목(IC)으로 향하고 있음을 파악한 뒤 인근에 있는 고속도로 순찰대에 연락, 경찰관들을 배치해 A씨의 택시에서 수거책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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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택시 기사의 신고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을 검거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월 22일 오후 4시께 수원에서는 택시기사 B(57) 씨가 자신이 태운 승객과 대화하던 중 "인천에서 돈을 수금하러 간다", "돈을 받으려면 30∼40분 가량 기다려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보이스피싱범임을 의심하게 됐다.

그는 승객을 도착지에 내려준 뒤 곧바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며 인상착의 등을 알렸고, 덕분에 이 보이스피싱범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월 25일 오후 1시께 평택에서도 택시 기사 C(50) 씨가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자신의 택시에 탄 승객이 갑자기 서울에서 용인으로 행선지를 바꾸고, 주행 중 계속해서 누군가와 연락하는 등 보이스피싱범을 의심케 하는 수상한 언행을 보이자 중간 목적지인 평택에서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된 이 승객은 역시나 보이스피싱범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A씨와 B씨, C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A씨는 "내가 (보이스피싱범을) 잡으면 피해자가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눈 감고 있을 수가 없었다"며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관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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