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친중·친러 파키스탄 총리, 헌정 사상 첫 불신임 굴욕

하원 10시간 대치 끝 칸 퇴진 가결

경제난·외교 오판으로 민심 이반

인근 印·아프간 등 역학 관계 요동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AFP연합뉴스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AFP연합뉴스






임란 칸(사진) 파키스탄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파키스탄에서 현직 총리가 임기 중 ‘축출’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외신들은 ‘친(親)중국·러시아, 반(反)미국’ 기조를 유지해온 파키스탄의 정권 교체가 국제 정세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기사



10일 블룸버그통신은 파키스탄 하원에서 이날 진행된 투표 결과 재적 의원 342명 중 174명의 찬성으로 총리 불신임안이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전날부터 투표를 강행하려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 간의 격렬한 대치가 10시간 이상 계속된 가운데 투표는 자정을 넘긴 새벽에야 치러졌다. 차기 총리에는 야권 지도자인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총재가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로 거론된다.

인기 크리켓 선수 출신인 칸 총리는 2018년 집권해 내년 8월까지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둔 상태지만 파키스탄 경제 악화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키스탄은 대외 채무가 올 6월 1030억 달러(약 1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국가 경제가 빚더미에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 3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 대비 12% 이상 급등하며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따른 정정 불안으로 칸 총리가 이끄는 여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소속 의원 수십 명도 불신임 찬성표를 던지겠다며 등을 돌렸고 연정의 핵심 파트너인 MQM-P 등도 야권에 가세해 칸 총리 불신임안 통과는 사실상 초읽기 상태였다. 칸 총리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맞서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칸 총리 불신임안 가결로 파키스탄 정국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주변국 간의 역학 관계 역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2억 명이 넘는 ‘핵보유’ 군사 강대국인 파키스탄은 동쪽으로 중국과 인도, 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에 맞닿은 지리적 요충지다. 파키스탄은 과거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의 가교 역할을 했으나 2018년 취임한 칸 총리가 ‘친중·친러’ 행보를 보이며 미국·서방과 선을 긋는 외교 기조를 취해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중국은 히말라야에서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대한 무기 지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파키스탄 주변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커다란 격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