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년간 깊은 친분을 유지해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FI)의 전당대회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동에 심히 실망했다는 점을 숨길 수도 없고 숨기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20년 전에 알게 된 푸틴 대통령은 내 눈엔 항상 민주주의와 평화를 따르는 사람이었다"라며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부차와 다른 곳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의 참상과 실제 전쟁 범죄에 대해 러시아는 그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를 유럽으로 끌어오는 대신 중국 품으로 던졌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개인적 친분을 자랑하던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푸틴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러시아와 이탈리아에 있는 각자의 별장에서 함께 휴가를 보낼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2015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전 세계 지도자 중 1등으로 꼽는가 하면 자신의 동생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90~2000년대 정치권에 등장해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9년 2개월의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을 가진 그는 올해 1월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냈으나 좌파 진영의 지지를 얻지 못해 출마를 중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