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 정부, 고물가 파고 넘으려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금리 올려 물가상승 억제해야 하지만

경제 둔화 속도 가속화 초래 가능성

통화와 재정 정책 최적 조합 요구돼

소득정책 관련 사회적 합의도 필요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4.1% 상승하면서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마저 둔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화와 재정 정책의 최적 조합과 사회적 대타협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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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경기회복으로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에 접근하면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지난해 광의통화(M2) 증가율이 11.7%로 명목 GDP 성장률(6.4%)을 크게 웃도는 등 과잉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보다 근본적 원인은 생산 요소 가격 상승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했다. 기업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중간재를 적기에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율을 더 높이고 있다.

여기다가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통계청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21년 6월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는 갈수록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내년 세계 GDP가 당초 예상보다 1.1%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뿐만 아니라 주요 예측 기관도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정책 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이 원유나 반도체 생산을 늘릴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14일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가 열린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포함해서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내보내야 할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다.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경기 둔화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로 일부 부채가 많은 기업이 파산할 수 있다. 소득의 40% 정도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가계 부담이 더 늘 것이다.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서 재정 정책은 어느 정도 팽창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출 구조의 합리화라는 전제 조건하에서다.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은 모든 경제 주체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재정 정책은 꼭 필요한 곳에 지출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피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소득 정책도 일부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가 각 경제 주체에 물가 및 임금 상승률에 대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정책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임금 상승률의 상한선을 제시하고 공공성이 강한 상품에 대해서는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봤던 것처럼 국민 사이에 가치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차기 정부는 이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른바 사회적 대통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 분야에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 능력이 높아지고 물가 상승 압력도 내재화할 수 있다. 사회적 대통합과 물가 안정이 차기 정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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