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긴축공포에 '금리쇼크'…3년물 치솟으며 사상 최초 30년물 역전

패닉에 빠진 채권시장

가파른 물가 상승세…미국 긴축 우려

시장 안정 책에도 고삐풀린 금리

14일 금통위 금리인상 가능성 제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 시장이 발작을 일으켰다. 최근 연일 뜀박질해왔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1일 3%를 훌쩍 넘으면서 약 1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가 사상 최초로 역전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스케줄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추진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하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최근 금리 안정을 위해 채권 매입에까지 나서기도 했지만 고삐 풀린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9.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186%에 거래를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2012년 7월 11일에 3.190%를 기록한 후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10년물 금리도 13.6bp 상승한 연 3.305%로 거래를 마치며 2014년 6월 16일(연 3.315%) 이후 약 7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과 5년물은 각각 17.7bp, 18.7bp 오른 연 2.981%, 연 3.303%로 마감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치솟으면서 30년물 금리와 역전되기도 했다. 30년물 도입 이후 사상 최초다. 통화정책 전망과 해외 금리의 영향을 받는 3년물 금리가 급등해 고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30년물 금리를 앞질렀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30년물 금리는 9.3bp 상승한 연 3.146%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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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채권시장은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서면서 내내 혼란스러웠다. 한 시장 참여자는 “오전부터 3%를 뛰어넘으면서 손절 매물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의 고점은 3%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가 높아지면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0.523%포인트가 뛰어올랐다. 국채 값이 급락하자 한국은행은 5일 2조 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섰지만 국채금리의 상승세는 꺾지 못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조 원이 적은 규모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코끼리 비스킷’으로 인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치솟은 것은 14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간 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는 총재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를 4월에 동결하고 5월에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채 금리가 이날 2.77%대로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의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12일(현지 시간)에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2월(7.9%)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 중반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 수준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은이 물가 억제에 즉각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12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한 성장률 3.1%에 비해 0.5%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 발표한 전망치(2.2%)보다 두 배가량 높다. 성장률은 둔화되고 고물가 기조는 지속된다는 예측이다. 이런 이유로 이달 금통위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연구원은 “한은 총재 후보자의 취임 전이기 때문에 질서 있게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번 회의 때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며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기 정부의 고민도 물가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다”며 “자칫 잘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갈 수 있으니까 한 달이라도 금리를 빨리 인상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적정 기준금리 수준은 3.5%대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4분기까지 흐름이 우려되면서 당장의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높아져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의 국내 채권에 대한 순투자액도 1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외국인들의 국내 시장 이탈 가능성 우려도 커졌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 채권 6조 3390억 원을 순매수하고 6조 600억 원의 만기 상환이 도래함에 따라 총 2790억 원을 순투자했다. 이는 2020년 12월 1940억 원 순매도 이래 가장 낮은 투자 수준이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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