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지브러리] '좌표 찍고 총공격'…중국 Z세대들이 ‘국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국가의 정보 통제가 만들어 낸 중국 2030들의 '국뽕'

10억 중국인 단결 위해선 ‘사회주의’보단 ‘민족주의’

잘못된 방향으로 번진 '국뽕' 폐해 결국 중국 향할 것






중국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의 중심에는 여린 손에 칼과 창, 죽창을 들고 전 대륙을 누비며 살인, 방화, 파괴 등을 일삼은 홍위병이 있었습니다. 10대로 이뤄진 홍위병들은 문화대혁명 내내 어마어마한 살육을 이어갔습니다. 그들은 민가를 급습해 샅샅이 뒤지고 터는 ‘초가’의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그들의 잔혹한 모습이 21세기에 재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1세기 중국 민족주의자라고 불리는 ‘분노청년’(憤怒靑年·분청) 혹은 ‘소분홍’(小粉紅·당과 국가, 지도자를 사랑한다는 의미)라는 모습으로 말이죠. 중국의 Z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이 ‘국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가 정보 통제에 자연스레 우월주의 갖는 중국의 2030


중국 분노청년 혹은 소분홍의 ‘만행’은 국가적인 통제와 교육 그리고 획일화된 문화 콘텐츠 소비가 효과적으로 작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국가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 상에서의 행위를 모니터하고 규제하는 방대한 법률적·기술적 능력을 갖춘 60개가 넘는 기관들을 가지고 온라인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시피 합니다. 심지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사이버공간 행정부를 창설해 자신에게 직접 보고케 함으로써 인터넷에 대한 중앙집권화된 통제권을 장악했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2016년 11월 ‘사이버보안법’을 발의해 2017년 6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이버 상의 내용을 검열하고 외국 기업들이 중국 내에 데이터 저장 서버를 두도록 강제했죠. 국가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개인이나 조직 등을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중국 내에서 트위터를 사용했다는 이유 만으로 공안에 구금되는 일이 벌어진 것도 이 법 때문이죠. 외국 사이트들도 자국 사이트 이용으로 대체된 것도 이 즈음이었죠. 중국 정부에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만 이용하며 자라온 중국의 Z세대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체제가 최고이고 다른 나라의 것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극단적 팬덤’을 형성하게 된 것이죠.



디지털 홍위병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중국 특유의 체제 세뇌 교육도 한 몫 했죠. 중국은 일종의 주입식 세뇌 교육인 ‘관수법’을 동원했습니다. 현재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2016년 이후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공산당이 중국을 얼마나 위대하게 만들었는지 자본주의와 미국·일본을 왜 증오해야 하는지 교육을 통해 주입당한 세대입니다.

이런 교육 방침은 공고한 체제 유지를 목표로 하는 시 주석 이하 중국 정부의 작품입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신시대 애국주의 교육 실시 강요’를 공지하고 “애국은 모든 인민의 의무이며 직무”라는 내용의 교육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벌이기로 했습니다. 전방위적인 세뇌 교육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중국이 최고의 나라이며 다른 나라가 중국을 비방하거나 폄훼하는 모습이 관찰되면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민족주의’ 강조하며 적극적인 선전 콘텐츠 만들어 내고 있는 중국




“나와 나의 조국 한시라도 떨어질 수 없네. 어디를 가든 모두 찬가를 남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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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중국 건국 70주년인 2019년부터 대륙 전역에 울려퍼진 ‘나와 나의 조국’이라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보기만 해도 ‘조국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죠.



이 애니메이션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그때 그 토끼, 그 일’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2015년 중국 정부가 실시한 ‘사회주의 핵심가치관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중국 건국 전후의 군사와 외교 중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극 중 토끼는 온순한 동물로 중국을 가리키며 미국은 독수리, 러시아는 곰, 일본은 닭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대단히 위험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 이유는 이승만 정권이 국민들을 착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 내에서 한국과 미국은 악당 역할을 맡고 있고 북한을 도운 중국은 불의를 심판하는 ‘정의의 사도’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친밀한 그림체로 그려진 이 작품 때문에 중국의 젊은 세대는 한국전쟁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함께 자신들의 조국에 대한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시 주석이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죠.

잘못된 방향으로 번진 애국주의…심해도 너무 심한 ‘국뽕’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분노청년들이 외국을 상대로 한 공격 행위는 총 14회였습니다.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나라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입니다. 무려 5회에 이르죠. 사드 배치 때와 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당시가 대표적입니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이들의 공격성은 또 한 번 폭발했습니다. 개막식 자리에서 조선족을 등장시켜 우리나라 고유의 의상인 한복을 ‘한푸’라며 공공연하게 국제 사회를 향해 자기 문화화 시켰죠.

중국 분노청년들이 왜 이렇게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지나칠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그것은 오랫동안 중국 문화에 대해 연구한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장의 책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 소장은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라는 책에서 “중국 젊은 세대는 ‘한국이 문화 도둑’이라고 여기고 약소국이니 마음껏 분노를 표출해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분노청년들이 한국인 혹은 한국을 상대로 행하는 공격을 보면 김 소장의 설명이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 분노청년들의 인식이 쉽사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중국 내에서도 일부 지식인을 중심으로 분노청년들의 행태를 ‘병적 민족주의자’, ‘머리에 애국을 붓자 이성은 짐을 싸서 나갔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초기 ‘중화사상의 위대함’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이들의 발언이 ‘한국은 만년 속국으로 미·중·일의 노예였다’, ‘명성황후는 위안스카이의 첩이었다’ 등의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을 발언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면 이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문화 국가는 상대방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며 자신들의 우월성을 주장합니다. 공격하는 것이 아닌 동일한 잣대 안에서 인정을 바탕으로 평가하죠. 중국은 수많은 명사들이 존재했던 유서 깊은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에는 예전 조선의 명사들의 시를 보며 감탄하고 ‘최고’라며 치켜세우던 넓은 아량은 존재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이해보다는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종호 기자·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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