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넘어져 뇌출혈로 숨진 환자에 대해 병원 의료진에게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1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뇌혈관 질환과 만성음주로 인한 인지기능저하 등의 진단을 받고 엑스레이 검사를 받던 중 쓰러졌다. 당시 A씨는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두개골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발생 뒤 A씨는 경련 증상을 보였지만 의료진은 알코올 중단에 따른 금단성 경련으로 보고 A씨에게 항경련제만 투약했다. 뒤늦게 의료진은 검사를 통해 뇌출혈과 뇌부종을 발견하고 수술했지만 A씨는 사고 17일 만에 숨졌다.
유가족은 의료상 과실로 뇌출혈 및 뇌부종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해 사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뇌출혈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다거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역시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엑스레이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가족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진이 사고 발생 직후 A씨에게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만일 의료진이 사고 이후 A씨의 사고 부위를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뇌 CT 검사를 시행했다면 뇌출혈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의료진이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어 "원심 판단에는 의료행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