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2만명 사망·90%가 폐허…'죽음의 도시' 된 마리우폴

주민 100명 중 3명꼴 목숨 잃어

"러, 드론으로 화학물질 살포"

"소녀 감금…성범죄" 증언 쏟아져

푸틴 만난 墺 총리 "휴전 비관적"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희생된 민간인의 무덤. 로이터연합뉴스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희생된 민간인의 무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군의 ‘십자포화’를 받은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포함 총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드론으로 마리우폴 상공에 화학물질을 살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러시아군의 만행 의혹이 속속 제기되는 가운데 유럽 지도자 중 최초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중재에 나섰던 오스트리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은 ‘전쟁 논리’에 몰입해 있다”고 토로하며 휴전이 비관적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바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11일(현지 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의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이 약 40만 명임을 감안하면 주민 100명 중 3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은 셈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군인 등을 합하면 사망자 수는 총 2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마리우폴의 도시 기반 시설은 90% 이상 파괴된 상태다. 식량과 식수·전기는 이미 오래 전에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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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민병대에 해당하는 아조우 연대에서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서 드론으로 정체 불명의 화학물질을 살포했으며 이를 맞은 피해자들이 호흡곤란과 거동 장애를 겪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공식 기구는 아직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해온 미 정부는 "상황을 계속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군이 자행한 성범죄에 대한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식 인권 옴부즈맨인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수도 키이우에 있는 한 지하실에 여성과 소녀들이 한 달 가까이 감금됐던 사례를 전하며 “러시아군은 성폭력을 ‘무기’로 사용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감금됐던 소녀들 중 9명은 임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민간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전쟁 중단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이날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나 75분간 비공개 정상회담을 한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대화는 매우 어려웠고 우호적이지도 않았다”며 “(휴전 가능성이)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 묻는다면 내 대답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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