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검 수사 등 과거 악연을 언급하며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12일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의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회동해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배석한 유영하 변호사와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전했다.
윤 당선인이 2016년 수사팀장으로 참여한 ‘최순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이끌어낸 데 대한 얘기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과)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느냐”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제 미안한 마음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하게 들었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과 약 50분간 회동했다. 권 부위원장은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했다”며 “공개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공개)했으면 좋겠을 정도의 내용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배석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식사는 잘 하느냐, 건강은 잘 챙기느냐”고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격무일 것이다. 건강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인은 “당선되고 나니 걱정이 돼서 잠이 잘 오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가 무겁고 크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돕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점이 굉장히 아쉽다”며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 박 전 대통령께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했고 이에 윤 당선인은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운영과 관련해 “외교안보라는 울타리가 튼튼해야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한다”며 “여러 나라와 신뢰를 맺어서 서로 윈윈해야 나라가 발전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박정희 대통령께서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봤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국정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다음 달 10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 상태로는 조금 자신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 노력해서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은 윤 당선인의 이번 1박 2일 대구·경북(TK) 순회 일정에서 백미로 꼽혔다. 정치권에서는 집권 초기 국정 동력을 좌우할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텃밭인 보수 민심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