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는 ‘변명’으로만 가득 찼다. 5년 간의 실책으로 전국의 집값을 폭등시켜 ‘내 집 마련’의 꿈을 멀어지게 만들고 분양가 상한제·임대차 3법 등 시장 원리와 벗어난 규제로 국민의 주거난을 심화했지만 정부는 끝까지 일관된 원칙 하에 부동산 정책을 수행했으며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항변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제4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그간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공급 확대 △실수요 보호 △투기 억제라는 3대 원칙 하에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28회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종합대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 절반 수준”이라며 “나머지는 사실상 기존 발표대책의 후속대책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주택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전반적으로 5년간의 주택공급을 보면 수급개선과 직결되는 주택 입주물량 및 미래 공급 기반 확보를 위한 공공택지 지정 실적 모두 과거 대비 많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권 초기의 주택 입주물량은 절대 다수가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 시절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물량이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한 분양가 통제 및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수요가 몰리는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입주 물량 등은 현 정부 들어 급격히 줄어들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책으로 인해 줄어든 2020년 이후 입주 물량에 대해서는 “입주여건의 일시위축 우려가 지속 제기된 점은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이에 따라 2.4대책 등 대규모 물량을 추가 보강하는 데 총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대책 이행만으로도 2025년 이후 주택공급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홍 부총리의 이 같은 ‘위협’이 말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공재개발 지정 지역 가운데 상당 수가 민간재개발로의 선회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인 2017년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지정한 공공택지에서는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본청약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입주 및 본청약 시기가 언제 될지 모르는 사전 청약 물량만 잔뜩 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은 마지막까지도 이어졌다. 특히 징벌적 양도세로 인해 다주택자가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게 만드는 등 ‘매물 잠김’을 심화시켰지만 정부는 오히려 양도세가 투기적 매수동기를 감소시켜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수요측면을 보면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닌 사는 곳’(living)이라는 인식처럼 주택이라는 한정된 재화가 최대한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및 법인에 대한 취득세·보유세·양도세 인상은 이 같은 취지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확대,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 특별공급 등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지원 또한 모든 역량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넘치는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해 LTV를 40~50% 수준으로 묶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15억 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선 단 한 푼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했다. 조정대상지역에 대해서만 추가로 LTV 10%포인트를 풀어줬지만 결국 생색 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이다.
전셋값을 끌어올려 수많은 전세 난민을 낳고 매매가를 불안하게 만든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변명이 이어졌다. 홍 부총리는 “임대차 3법의 경우 그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신규 전세가 불안 등 일부 문제도 제기됐다”며 “전·월세 전환율을 하향하고 신규계약 5% 이내 자율인상 1주택 임대인에 대한 실거주 의무 완화하는 등 정책적 보완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