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봄날은 간다

- 구양숙




이렇듯 흐린 날엔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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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 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니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도 해주면 좋겠다

유독, 봄날은 간다. 가는 봄이 아쉬워 술을 싣고 전별 가던 옛사람들이 있었다. 지는 꽃마다 봄이 어디로 갔느냐고 묻다가, 뻐꾸기 우는 여름 숲으로 돌아오던 사람들이 있었다. 떨어진 꽃잎을 비단주머니에 넣어 장례식을 치르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도 여름날이 간다고 아쉬워하지 않는다. 긴긴 겨울날이 간다고 탄식하지 않는다. 봄날, 짧고 화사한 꽃의 일생에서 청춘과 인생을 본다. 봄꽃 만우절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 꽃이 필 때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자. 꽃이 질 때마다 술 한 잔 건네자. 무조건 네가 예쁘다고 거짓말 같은 참말을 해주자. 봄날이 가는데 안 예쁜 꽃잎이 어딨누.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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