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밤에는 몹시 춥지만 낮이 되면 섭씨 150도까지 올라 지표층에 얼음이 있더라도 증발한다. 하지만 자전축이 23.5도로 기울어진 지구와 달리 수직이라 극지방의 분화구에는 영원히 햇볕이 들지 않는 음영 지역이 있다. 특히 남극에는 물·메탄·암모니아가 냉동 상태로 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물을 추출하면 극한 날씨에도 마시고 숨 쉬고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도 생산해 현지 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달의 하룻밤은 지구의 14일이나 되는 매우 추운 긴 밤이라 난방을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산소와 수소를 다른 탱크에 보관하면 로켓 연료로 쓸 수 있어 달을 화성·소행성 등 심우주 탐사의 베이스캠프로 활용할 수 있다. 중력도 지구의 6분의 1밖에 안 돼 적은 연료만으로도 심우주로 나가거나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달 남극에 얼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물과 가스 등을 조사한다. 8월 1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스페이스X 발사체를 통해 보내는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KPLO·Korean Pathfinder Lunar Orbit)에 섀도캠(음영카메라)을 싣는 것은 이 때문이다. KPLO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달까지 5개월을 돌아서 비행한 뒤 내년 1월 1일부터 달 궤도를 돌며 1년간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섀도캠 연구책임자인 마크 로빈슨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최근 과학기자협회와 항공우주연구원이 연 우주아카데미에서 “달의 극에 서 있으면 연중 햇볕을 받지만 구덩이 내부는 늘 그늘이 진다”며 “영구 음영 지역은 신비하고 불가사의하다. 물 외에도 메탄·암모니아 같은 휘발성 물질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달에는 대기가 없지만 남극 음영 지역은 영하 193~248도로 너무 추워 휘발성 물질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표면이 두꺼운 얼음처럼 보이나 확신할 수는 없고 휘발성 물질이 50㎝ 두께의 먼지 아래 묻혀 있거나 표토 전체에 걸쳐 퍼져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사는 현재 달 표면에 착륙해 영구 음영 지역으로 이동해 시추에 나설 우주선을 만들고 있다. 2024년에는 남녀 우주인을 현지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게이트웨이)도 2024년부터 2030년까지 건설할 방침이다. 대략 2030년께 달의 영구 음영지역 분화구에 우주인 거주 기지를 세운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 모두 1972년 아폴로 17호의 마지막 달 착륙 이후 달 유인 탐사와 심우주 진출을 위한 기지화를 만들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는 “현지에서 물을 쉽게 추출할 수 있다면 태양에너지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쉽게 분해해 인류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들고 다시 연료전지에서 나오는 물로 또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섀도캠이 지표면에서 초속 1600m나 되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데 어떻게 남극의 지표층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느냐다. 이 때문에 나사는 섀도캠에 특수 센서 32개를 부착한다. 현재 운영 중인 달 궤도 탐사선에 장착된 카메라(LRO/NAC)보다 200배가량 더 민감하게 만들어 어둠 속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해상도가 픽셀당 2m 정도로 화질이 우수한 편이다. 그는 “노출이 긴 사진을 찍으면 전부 얼룩이 지기 때문에 시간차 적분(TDI) 기술을 활용해 아주 민감하고 노출이 매우 짧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설계했다”며 “마치 고성능 센서 32개가 설치돼 있는 식으로 아주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1000분의 1~2초 사이에 32장의 사진을 찍어 서로 결합해 얼룩이 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때 밝게 빛나는 지형으로 둘러싸인 극도로 어두운 분화구를 찍어야 해 카메라로 쏟아지는 빛을 차단하기 위한 특수 설계도 했다고 전했다.
로빈슨 교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착륙지가 바로 달의 남극으로 이번 KPLO 탐사를 통해 한미 모두가 윈윈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