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무수장에 한동훈…검수완박·수사지휘권 폐지 등 정면대응 예고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지명

'강골 검사', 윤석열표 사법 개혁안 적임자 발탁

15일부터 서울고검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

중수청 설치·상설특검 염두에 뒀다는 평가도

前정권과 첨예한 갈등…국민통합 저해 우려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깜짝 발탁하면서 검찰 안팎에선 검찰제도·인사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변화가 나온다. 정권 초기부터 검찰의 권한 회복을 골자로 한 ‘윤석열표 사법 개혁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추미애·박범계 라인으로 대표되는 친(親)정부 검사들에 대한 물갈이가 단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15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꾸려진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선다. 청문회 준비단장은 한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인 주영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맡는다. 준비단에는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김창진 창원지검 진주지청장 등이 합류할 것으로 거론된다.

수사 지휘라인 아닌 법무행정 수장 ‘깜짝 발탁’


전날 인선안이 발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인물이자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한 후보자는 주요 권력사건이 쌓여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으로 영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수사가 아닌 법무행정의 최적임자로 한 후보자를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은 전 부처를 통틀어 가장 난도가 높은 자리로 평가된다. 안으로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 편성권 독립,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등 공약을 앞장서 추진하고 밖으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의 결정은 여러 현안을 두고 국회 협상보다는 정공법으로 돌파할 공격수가 필요하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에 ‘강골’로 평가받는 한 후보자를 앉혀 총력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 후보자의 첫 일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전날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검수완박과 관련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해 언급했다. 수사 지휘권 폐지와 관련해서도 “당선인이 약속한 것이고, 나도 지난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 지휘권 남용의 해악을 실감했다”며 “취임하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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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장관에 '秋·박범계' 검찰 물갈이 예고


5년여 만에 검찰 출신이자 최연소 법무부 장관이 발탁됨에 따라 법무부 및 검찰 수뇌부의 대폭 물갈이도 확실시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검찰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에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재 검찰 지도부가 친정부적인 검사로 구성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인사를 통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자가 비교적 젊은 ‘사법연수원 27기’라는 점도 검찰 내부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현재 사법연수원 20기인 김오수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찰 내 최고참 기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비롯한 23기로 한 후보자와 4기수나 차이 난다. 한 후보자의 선배 기수만 23명에 이르고 추·박 장관 시절 요직에 오른 검사들도 같은 시기에 고초를 겪은 한 후보자의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어 대규모 도미노 인사가 예상된다. 각 청의 지휘 라인이 바뀔 경우 지지부진했던 권력 수사의 방향이 기존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중대범죄수사청이 법무부 산하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란 거라는 시각도 있다. 이외에 법무부 장관은 상설특검법인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필요 시 직권으로 특검을 개시할 수 있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된 상황에서도 '대장동 의혹' 등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가능하다.

한 후보자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우선 한 후보자의 검사 시절 능력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한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한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는 것은 물론 수사 지휘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대립했던 갈등 양상도 해소될 것”이라며 “나이가 어린 감은 있지만 그 사람의 역량·결단력·추진력으로 봤을 때 특별히 장관으로서 업무 수행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권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 후보자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정권에 저항했던 강단 있는 인물인데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칫 국민통합에 마이너스 면이 부각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나이나 경륜 면에서도 법무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의 자리가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표 ‘특수통’ 검사, 文정부서 고초 겪다 ‘금의환향’


한 후보자는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래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이나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삼성그룹 수사 등 주요 부패 수사에서 활약해왔다. 평검사 시절인 2003년에는 대선 자금 수사의 실마리가 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팀에 참여해 최태원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2006년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에서 1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하는 데 참여했다. 2016년에는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삼성그룹 수사에 참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피의자 조사를 직접 맡고 그를 구속 기소했다.

윤 당선인과의 인연은 대검 중수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등에 참여한 이래 윤 당선인이 수사팀장을 맡았던 국정농단 특검팀에서도 합을 맞췄다. 이후 윤 당선인이 총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게 된 계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을 수사 지휘하다 2020년 1월에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한 후보자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된 것은 같은 해 4월 불거진 이른바 ‘채널A 사건’이다. 이동재 당시 채널A 기자가 한 후보자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인 ‘제보자X’에게 유시민 전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의혹을 제보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어진 인사에서 그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연달아 좌천됐지만 수사팀은 이달 6일 “공모 정황이 없다”며 2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결정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한 검사장을 두고 “이 정권에서 피해를 많이 봤기에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거의 독립운동하듯 해온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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