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 상태에서 전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추가 조정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제외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새로 추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 파급 영향이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 금통위는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의결문을 통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을 경고했는데 이보다는 대내외 변수 영향이 더 크다고 본 셈이다.
한은은 국내 경제 회복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주춤했으나 방역 조치 완화로 다소 개선됐다는 평가다. 국내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영향을 받겠지만 수출이 견실한 증가세를 보이고 민간소비도 개선돼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다만 GDP 성장률은 지난 2월 내놓은 전망치 3%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2월 전망치 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봤다. 한은은 지난 2월 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2.0%에서 3.1%로 1.1%포인트나 올려 잡았는데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석류규 가격의 큰 폭 상승,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 확대 등으로 물가가 4%대 초반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2% 후반대로 상승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미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다. 주가 역시 상당폭 하락하다가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겠으나 코로나19 전개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에 대해 “코로나19의 전개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보겠다고 하면서 속도 조절을 예고했으나 이번 통방문에선 빠졌다. 대신 ‘지정학적 리스크’ 문구를 추가해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통화정책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