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교환사채(EB) 등 메자닌 채권의 발행액이 지난해 같은 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환가액 상향 의무화 등의 규제가 더해져 상장사들이 메자닌 채권 발행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메자닌 채권 총 발행액은 1조 4986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2조 8441억 원)보다 47.3% 감소한 액수다. 2021년 4분기(3조 3692억 원)에 비해선 55.5%나 줄어들었다. 올해 1~3월 CB·BW·EB를 발행한 회사는 81곳으로 지난해 4분기(145곳)보다 44.1%, 작년 1분기(120곳)보다 32.5% 쪼그라들었다.
메자닌 채권은 주식과 교환할 권리가 있는 채권을 뜻한다. 채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가 향후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증시가 호조를 보일수록 메자닌 채권의 발행량도 늘어나는 이유다.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넘었던 지난해 1분기엔 메자닌 채권 발행액이 전년 동기(1조 240억 원)보다 177.7%나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맞물리며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동반 약세를 보이자 메자닌 채권 수요가 침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메자닌 채권의 주요 발행처인 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바이오 업체 중엔 만성적인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곳이 많아 일반 회사채 대신 CB·BW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곳이 많다.
메자닌 채권 발행 조건이 악화하면서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주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전자 상거래 업체 코리아센터는 지난 3월 만기 이자율을 4.6% 지급하는 조건으로 10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코스닥 상장사 큐로컴은 60억 원 어치의 CB를 발행하면서 만기 이자율을 5%로 책정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자율을 0%로 책정하는 메자닌 채권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시장에서 CB·BW를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당국이 메자닌 채권 발행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CB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체 발행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최대주주의 콜옵션 행사 한도를 CB 발행 당시 지분율 이내로 제한하고 사모 CB의 전환가액을 최초 가액의 70~100% 이내로 올릴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개정안을 시행했다.
IB업계에선 증발공 개정이 CB 발행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전환가액 상향 의무화로 인해 CB로 거둘 수 있는 차익이 크게 줄어든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기존엔 전환가액 하향만 가능했던 만큼 리픽싱(전환가액 조정)→기업 펀더멘털 회복→주가 상승→주식 전환을 통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한번 내려간 전환가액을 다시 올리진 않았기 때문에 기존 CB 투자자들은 ‘과거에 내려간 주가’대로 주식을 바꿔 큰 차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리픽싱 상향이 의무화되면서 기존보다 CB를 통해 남길 수 있는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규제 시행 직후인 지난 1분기 CB 발행액은 전 분기(2조 5804억 원)보다 56.3% 감소한 1조 1270억 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1~3월(2조 1910억 원)과 비교하면 발행액이 48.6% 줄었다. 한 증권사의 IB 담당 임원은 “규제 시행 전에 CB를 사전에 발행하려는 수요가 지난 해 4분기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간 메자닌 채권이 주식 시장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던 사례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규제 시행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우세하다. 과거엔 최대주주 측에서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뒤 CB 전환가액을 낮춘 후 이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지분을 편법으로 확대하는 곳이 많았다. 무분별한 전환 가액 하향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