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지하철역에 나타난 하얀 종이…러시아어를 감춰라?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 AP연합뉴스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 AP연합뉴스





일본의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러시아어 안내판 위에 러시아어를 가리기 위한 종이가 부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14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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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JR동일본은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에비스역의 러시아어 안내판 위에 종이를 붙이는 방식으로 러시아어를 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종이에는 '조정중'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마이니치는 JR동일본이 이달 7일부터 이 같은 종이를 안내판에 부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JR동일본이 이 같은 종이를 안내판에 부착한 것은 러시아어를 가리기 위한 조치다. JR동일본은 지난 2018년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안내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부 이용객이 '러시아어 표기가 불쾌하다' 등의 민원을 내면서 이 같이 조처했다는 설명이다. JR동일본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이용객이 줄고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에 대한 문의가 줄어든 것도 러시아어를 보이지 않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회사 측은 15일부터 이를 철회,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상에서 '러시아어에는 죄가 없다'거나 '무엇을 조정한다는 거냐'는 등의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회사원은 마이니치에 "일본에 있는 러시아인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조정중이라는 글자가 더 불쾌하다"고 말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연구하는 월드오픈하트의 아베 쿄코 대표는 "러시아어 안내를 없애는 것은 차별에 해당하고 소극적인 혐오에 해당한다"며 "일본에 사는 러시아인들을 차별하는 것이 전쟁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JR동일본 측은 "다양한 의견을 근거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오해를 야기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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