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최후 카드 꺼내든 EU "러 석유 수입금지"

佛 대선 고려 이달 말 이후 논의

전환기간 4개월 거쳐 실행 예정

러, 亞·중남미로 수출활로 모색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마지막까지 미뤄온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초안 작성에 착수하며 서방의 대러 제재 수위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에너지 제재에 대응해 아시아·중남미 등지로의 에너지 수출 다변화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 시간) EU가 러시아산 석유의 단계적 금지 조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EU 회원국들은 연료 가격 급등이 몰고 올 파장을 고려해 이달 24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 이후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활절 등으로 일정이 늦춰질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달 말~5월 초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석유 금수는 앞서 발표된 석탄 금수와 마찬가지로 4개월의 전환 기간을 거쳐 실행될 예정이다. NYT에 따르면 이는 연료 가격 폭등뿐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일부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EU의 ‘경제 엔진’인 독일이 전체 석유의 34%를 공급하는 러시아와 거래를 끊으려면 이 기간에 에너지 대체 공급처는 물론 러시아 송유관을 대신할 육상 운송 수단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에너지 관련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에너지 관련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U가 러시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마지막 카드를 집어 든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국외 시장에서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요가 급감할 것에 대비해 △국내 시장 공급량 확대 △수출 지역 다변화 △원유·가스 가공 과정 개발 등의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날 에너지 부문 관련 화상회의를 주재한 그는 특히 천연가스·석유의 수출 물량 대부분이 서방에 쏠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중남미·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수출 인프라 확충을 서두를 것을 강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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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으로의 에너지 자원 수출은 가까운 미래에 어쩔 수 없이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의 수출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남부와 동부 시장(아시아) 쪽으로 단계적으로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출 물류의 혼란”이라면서 “비우호국 금융기관들이 이체를 지연시키며 에너지 수출 대금 수령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혀 서방의 제재로 자국 에너지 수출이 타격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EU의 제재 우려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6% 오른 배럴당 106.95달러에 거래를 마쳐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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