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위험·안전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퇴직연금 시장을 휩쓰는 가운데 올 들어 ‘5세’가 된 TDF의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TDF는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 배분을 조정하며 고른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장기 투자 상품이기에 전문가들은 상품 선택 전 5년 이상의 장기 성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운용역의 실력을 확인하려면 개별 상품이 아니라 시리즈별 성과가 일관성이 있는지 살필 것을 권했다.
15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 후 5년이 지난 국내 TDF 상품 78개를 살펴본 결과 빈티지(가입자가 목표로 하는 은퇴 시점)별 수익률 격차가 13~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상품 중에서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혼합자산투자신탁’의 5년 수익률이 57.02%(13일 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삼성한국형TDF2020증권투자신탁’은 같은 기간 수익률이 15.44%를 기록했다.
또 단순 수익률로 따졌을 때 전체 상품 중 32%(25개)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7.24%)보다 수익률이 저조했다. 즉 TDF 3개 중 1개는 시장 성장률 대비 낮은 성과를 낸 셈이다.
특히 올 들어 주식·채권시장의 부진으로 국내 TDF 상품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TDF는 연금 펀드 상품인 만큼 5년 이상의 장기적인 성과 위주로 해당 펀드를 평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퇴직연금 이사는 “펀드 운용의 경우 장기로 갈수록 운보다는 운용역의 실력이 크게 작용한다”며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동성을 조절하고 성과를 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각 운용사에서 내놓은 TDF 중 같은 시리즈 내 상품이 빈티지별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일례로 미래에셋전략배분 TDF 시리즈는 2020년부터 2045년까지 빈티지별 상품군 6곳 중 5곳에서 5년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45년 57.02%, 2040년 55.80%, 2035년 51.61%, 2030 42.77%, 2025년 33.17%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2020년 구간에서는 ‘한국투자TDF알아서2020증권자투자신탁’이 26.07%의 수익률을 보여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알아서’ 시리즈는 2025·2030·2040·2045 구간에서 각각 수익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TDF를 비롯해 국내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이달 12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운용순자산(AUM) 규모가 가장 높았던 상품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였다. 해당 상품은 13일 기준 순자산이 1조 2779억 원으로 전체 TDF 상품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한국형TDF2030’은 3597억 원, ‘한국투자TDF알아서2030’은 2651억 원, ‘KB온국민TDF2030’은 1710억 원 규모의 순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7월 연금시장에 디폴트 옵션(별도의 지시가 없을 경우 투자 상품을 자동 선정해 운용하는 제도)이 도입되면 TDF 시장의 성장세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잘 운용되는 TDF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시리즈 내 상품 수익률의 일관성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시리즈 내 2020에서 2060까지의 TDF 수익률을 일렬로 세웠을 때 일관되게 우상향하거나 우하향하는 흐름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는 “시리즈 내 상품 수익률이 일관된 흐름을 보여야 자산 배분이 글라이드패스를 따라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