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2조 원의 거액을 앞세워 트위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지를 드러내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트위터 측이 강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꺼내 들며 머스크에 맞서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받은 트위터가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이즌필’ 행사를 검토하는 등 내부적으로 반대 입장을 정했다고 전했다. 포이즌필은 외부의 적대적 M&A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기존 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의 신주를 발행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는 것이다. 기존 주주들이 적은 돈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적대적 인수자의 지분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방어 수단이다.
이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테드 2022 콘퍼런스에 참석한 머스크 CEO는 기자들과 만나 “인수 시도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확신하지는 못하겠다”면서도 트위터 이사회의 거부에 대응할 ‘플랜B’가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트위터 측에서 자신의 제안을 거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 트위터 계정에 ‘트위터를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것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에게 달렸다’는 내용에 예·아니오로 답하는 설문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이 거느린 8000만 명의 팔로어를 발판으로 삼아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머스크 CEO는 플랜B를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개별 주주들과 직접 접촉하는 주식공개매수(Tender Offer)를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를 상대로 장외에서 직접 협상해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보니 이 역시 머스크 개인의 영향력이 발휘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날 뱅가드그룹이 머스크 CEO를 제치고 트위터 최대주주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뱅가드그룹은 앞서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트위터 주식 1520만 주를 추가 매입해 지분 10.3%(8240만 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트위터 경영진에 친화적인 뱅가드그룹이 트위터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주들은 머스크가 제시한 가격이 협상하기에 너무 낮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트위터 지분 4%가량을 보유한 알 왈리드 빈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머스크가 제시한 금액이 트위터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머스크가 최종 제안이라고 못 박은 금액을 올릴 여지도 있지만 자산의 상당 부분을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 형태로 보유한 머스크 CEO가 기존에 제시한 인수가액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테크 업계에서 백기사(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기업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주목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이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인수전에 참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크 기업들이 얼마든지 트위터 인수전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뉴욕포스트는 “미국계 대형 사모펀드 토마브라보가 트위터의 백기사로 나서기로 했다"며 “내부적으로 프로젝트팀도 꾸린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한 가운데 이날 트위터와 테슬라 주가는 각각 전일 대비 1.68%, 3.66%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