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에도 인격이 있다면,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분명 방황 중입니다. 주가는 실적을 따라간다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과 정반대 행보를 보여서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506만 6351명에 달하는 소액주주 머릿속에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두 가지 궁금증이 떠나질 않을 겁니다. 이 두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보겠습니다.
얼마나 떨어졌나
올 들어 개미들은 삼성전자를 무섭게 사들였습니다. 올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사들인 순매수한 금액만 8조 원이 넘습니다. 삼성전자 다음인 네이버와 카카오, 현대차가 1조 200억~1조 3000억 원대인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주가는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내려앉았습니다.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지난 14일 주가는 6만7600원으로 올 1월 3일 종가인 7만8600원 대비 14% 가량 떨어졌습니다. 코스피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떨어지나
아시다시피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흔히 주가와 실적은 동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 시점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아닙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보다는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절반에 달하는 데 외국인들은 글로벌 유동성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과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중국의 신용자극(Credit Impulse) 지수 등 경기선행지표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팝니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제품이 경기 실적에 민감한 IT제품이어서입니다. 최근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며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영 힘을 못 쓰는 이유입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삼성전자 주가를 발목잡는 요인입니다. 한국 반도체 주가는 중국의 IT 수요에 크게 영향 받습니다.
어떻게 될까
방황하는 삼성전자 주가는 언제쯤 우상향 궤적을 그릴지 다들 궁금하실 겁니다. 단기 전망은 어두워보입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낮춰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들어 하이투자증권이 기존 9만 3000원에서 8만 9000원으로, 하나금융투자가 10만 1000원에서 9만 5000원으로, KB증권이 10만 원에서 9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내렸습니다. 주된 이유는 하반기 IT와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어두울 가능성이 커져서입니다. 지난해 4분기 전세계 노트북과 스마트폰 출하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증가했답니다. 판매 둔화가 본격화한 셈입니다. 또 3월 중순 이후 D램 현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점도 부담입니다. 경기 개선, 수요 확대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낙관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메모리 가격 반등이 이뤄지고 파운드리 수율 개선, 부품 내재화 통한 세트 사업의 원가 경쟁력 확보가 이뤄져 두드러진 분기 실적 개선이 확인된다면 주가 반등 시기가 빨라질 거라는 설명입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부터는 여러 우려 속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서버의 수요와 계획 대비 감소하고 있는 D램의 공급량에 주목해야 한다”며 “수요의 극 성수기에 진입하는 하반기에는 D램의 공급 증가율이 감소하기 시작해 고객들의 경쟁적 구매 심리를 자극, 올해 3분기 D램 고정 가격의 상승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본 독자분들은 ‘뭐야, 어쩌란거야’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반도체 주가 전망 정확도가 높았던 송명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의 시각입니다. 송 연구원은 “향후 경기, 수요의 개선을 확신케 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의 해소와 미·중 양국 정부의 완화적 통화 정책이 발생하기 전까지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8만 원대 초중반에서 머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게 있습니다. 송 연구원은 “미국의 완화적 금리 인상과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에 따라 경기선행지표가 강세를 보인다면 한국 반도체(기업의) 주가는 곧 추세적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을 알고 싶다면, 경기선행지표를 챙겨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