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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령은 왜 정육각을 pick했나…대상의 육류사업 청사진은 [시그널 INSIDE]

수입육 업체 인수, 신선육 정육각과 공통분모

초록마을 매각, 가격보다 오프라인 유통 시너지 염두

초록마을 매장 전경/사진제공=초록마을초록마을 매장 전경/사진제공=초록마을




대상그룹이 초록마을을 매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육류 사업에서 시너지를 낸다. 대상은 지난해 수입육 도소매업체를 인수하면서 신사업에 나선 바 있다. 초록마을을 넘길 곳으로 정육각을 낙점한 건 신선식품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축산물 유통망을 공고히 갖추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정육각, 초록마을 ‘축산물' 경쟁력 키울 적임자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내부적으로 초록마을에 수입육 유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하고 있다. 대상의 수입육 사업은 반년 전 계열사로 합류한 혜성프로비젼이 주도한다. 혜성프로비젼은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보강하고, 신선육 전문인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통해 수입육 판매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대상이 초록마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정육각을 선정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인수 경쟁사인 컬리, 이마트에브리데이, 바로고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컬리와 바로고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케이스톤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아 실탄을 장전했고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마트를 등에 업고 있다. 실제로 정육각의 최종 인수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대상과 정육각의 밀월 조짐은 지난해 10월에 있었다. 대상홀딩스는 수입육을 취급하는 혜성프로비젼에 490억 원, 크리스탈팜스에 385억 원을 써 경영권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수입육을 절단, 소분, 포장해 국내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수입육과 신선육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대상과 정육각 사이에 육류라는 공통분모가 생긴 것이다.



당시 초록마을 매각은 공식화 돼 있었다. 업계의 시각과 달리 대상은 정육각에 이미 높은 점수를 줬다. 혜성프로비젼이 주로 육류를 유통하는 초록마을의 축산물 판매를 늘릴 적임자가 정육각이기 때문이다.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가져가면 혜성프로비젼의 수입육 공급이 끊길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결국 정육각과 거래가 성사되면서 대상은 유통업 전기를 마련했다. 초록마을 영업손실은 지난해 41억 원으로 수년째 적자를 냈고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을 따라잡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악조건 속에 900억 원을 손에 쥘 수 있었고, 이는 수입육 업체 인수에 쓰인 돈과 비슷한 금액이다. 대상 입장에선 추가 비용 없이 사업을 전환하고 오프라인 유통 시너지 가능성도 남긴 셈이다.

수입육 시장 성장성 크다…'대상 vs 이마트' 격돌


대상이 찜한 수입육 업체들은 이미 이익이 남는 알짜 기업이다. 혜성프로비젼은 2020년 매출 2007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을 냈다. 같은 기간 크리스탈팜스 매출과 영업이익은 1038억 원, 62억 원이다. 이 회사들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인지도·인프라는 초록마을이 앞서지만 실적·성장성은 두 기업이 월등하다.

수입육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은 대상만 있는 게 아니다. 이마트는 오케이미트 경영권 거래에 참여해 지분 20%를 250억 원에 인수했다. 한 발 앞선 대상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오케이미트는 2020년 매출 3801억 원, 영업이익 174억 원을 올렸다. 이마트 공급망 확보로 외형이 커지면 지분 가치도 높일 수 있는 딜이다.

대상과 이마트는 수입육 시장이 더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육류 시장에서 수입육 비중은 60%로 늘어났다. 최근 수년간 10%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면서다.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집에서 육류를 소비하는 인구가 늘고 가성비 좋은 수입육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상은 취급 품목을 수입육으로 압축하면서 유통업 재기를 노린다. 기업 간 거래(B2B)에 초점을 맞추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는 정육각이 혁신할 초록마을에 맡긴다. 온라인 영역에선 육류 배송 플랫폼 ‘고기나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도 정육각과 합을 맞출 수 있다. 초록마을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초록마을 매각에선 가격 만큼이나 수입육 사업 강화를 위한 비전이 중시됐다”며 “이번에 구체적인 계약이 없었더라도 대상과 정육각은 육류 유통에서 협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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