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중식 셰프이자 요리연구가인 이연복씨가 중식당 목란 부산점에 이어 서울 본점마저 코로나19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는다. 구체적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보다 작은 규모의 인근 건물을 매입해 '목란' 상호는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롭게 출발하기로 했다.
1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을 인용해 법인 목란이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90-2 소재 전용면적 327㎡(토지면적 296.9㎡) 단독주택을 37억7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는 감정가(32억9426만3850원) 대비 약 4억1274만원 높은 금액이다. 1회차 입찰 기일에 낙찰된 것으로, 목란을 포함해 총 3명이 응찰했다. 이 단독주택은 목란 서울 본점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셰프의 부인이자 목란의 대표 이은실 씨는 "아직 조심스럽다"면서도 "코로나19로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경매로 건물을 매입해 작은 규모로 새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러면서 "경매로 낙찰받은 단독주택은 현재 임차해 사용 중인 식당 건물의 반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적자와 인력난으로 인해 영업 규모를 축소해 새로 출발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로 24년째 운영 중인 목란 서울 본점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사전에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어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식당이었다. 이 셰프가 방송 출연으로 유명해지면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목란은 특정 요리의 경우 2∼3일 전에 예약해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음식의 고급화·전문화로 승부하면서도 호텔 중식당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년여동안 식당 운영과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 예약 경쟁은 고사하고, 당일 예약도 차지 않는 날도 허다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인원 제한 등의 방역 조치로 손님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탓이다. 또 직원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영업을 중단해야 했을 때도 매달 임차료를 꼬박꼬박 내야 했다.
이씨는 지난달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년에 코로나19로 적자가 1억2천만원에 달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부산 기장군에 문을 열었던 목란 분점 또한 인력 수급난으로 오는 30일을 끝으로 폐업한다. 분점의 일부 인력은 서울 본점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일상 회복이 시도되지만, 목란은 결국 새로운 장소에서 영업 규모를 축소해 새 출발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한편 1972년 생계를 위해 중국 음식점에서 배달 일을 시작한 이씨는 17세에 한국 최초의 호텔 중식당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1980년 대만 대사관 최연소 조리장 타이틀을 얻은 그는 현재 24년째 중식당 목란을 운영하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SBS '생활의달인' 등에 출연하며 스타셰프로 떠올랐고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