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틈으로 빛이 쏟아진다. 그 밝음과 따스함은 아스라한 기억, 잠시 잊었던 경험들을 떠올리게 한다. 황선태의 ‘빛이 드는 공간’이다. 서서히 움직이는 태양의 속도만큼 빛도 길어졌다가 짧아지기를 반복하는 듯, 마치 그 공간 안에 들어간 듯한 감상에 빠져든다.
빛을 주제로 한 기획전 ‘루체비스타(LUCEVISTA):빛의 풍경’이 30일까지 중구 통일로 케이지타워 내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열린다. 황선태와 송창애·이정록·엄익훈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빛은 분명 존재하고 있으나 잡을 수 없는 찰나의 존재다. 이정록의 ‘생명의 나무’는 빛으로 둘러싸였다. 전구를 매달아 촬영한 것도 아니요, 보정과 조작도 없었다. 장노출 상태로 카메라를 설치한 후 작가가 나무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빛을 비추고 터뜨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작가는 “특정 장소나 사물에 대한 정신적,영적인 느낌 혹은 상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송창애의 물줄기 작업은 어두운 심해 속의 빛나는 생명력을 마주한 듯하다. 동양화를 전공했고, 허(虛)를 중시하는 작가는 그리는 대신 형상을 지워가며 만들어 낸다. 엄익훈은 용접 기법으로 조각을 만든다. 금속 조각을 이어 붙인 틈새로 빛이 넘나들어, 조각과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작품을 이룬다.
아트스페이스선 측은 “거실 창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햇빛,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빛, 길을 비춰주던 가로등 불빛 등 일상적으로 ‘빛’을 경험하며 그것에 대한 많은 기억과 느낌을 지니게 된다”면서 “빛이라는 존재는 어둠을 밝히는 환희와 희망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아트스페이스선은 이데일리문화재단의 전시공간이며, 기획사 레이빌리지가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