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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브리핑] '미매각' 예견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강행한 이유는

15일 1800억 회사채 전량 미매각

'ESG 역행' 석탄발전 투자 기피 탓

과거 발전소 자금조달 확약한 금융사

2024년까지 8000억 회사채 인수해야





민간석탄발전사 삼척블루파워가 1800억 원 어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15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인수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6월 전량 미매각을 낸 데 이어 두 번째인데요. 3년 만기에 무려 5.555% 안팎의 금리를 내걸었지만 수요 확보가 여전히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본격화하면서 지난해부터 대다수 기관 투자자들이 석탄을 원료로 한 화력발전사에 투자를 중지했기 때문입니다. 삼척블루파워는 포스코그룹 계열의 민자 석탄발전소로 지난 2010년 이후 전력예비율이 크게 떨어지자 안정적인 기저 발전을 위해 설립됐습니다. 포스코에너지(29%), 두산중공업(034020)(9%) 등이 주요 주주로 있고 당시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제도적 지원을 받아 진행되던 만큼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 신용도가 AA-등급으로 높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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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한 신용등급에 기대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지난해 정부가 석탄발전을 대폭 감축하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전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과 석탄 총량제 실시 등 국내 전력 시장의 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올해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도를 'A'까지 떨어뜨렸습니다.

문제는 과거 금융사들이 삼척블루파워와 맺은 자금 조달 확약입니다.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고 팔리지 않는 물량을 사주겠다는 '총액 인수' 계약을 맺은 것이지요. 과거 삼척블루파워는 오는 2024년 발전소가 준공될 때까지 필요한 자금 약 8000억 원을 전액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기로 계약한 바 있습니다. KDB산업은행과 농협은행 등도 대규모 대출과 자본 투자를 진행하기로 약정을 맺었지요. 당시로서는 삼척블루파워가 정부가 주도하던 안정적 기저 발전 확충 사업의 일환이었던 만큼 위험이 낮은 투자처라는 판단이 컸을 겁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한 이후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에너지 산업의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삼척블루파워로선 발전소 건설 자금이 계속 필요한 만큼 인수 확약을 맺은 증권사들만 매번 팔리지 않는 대규모 '악성 재고'를 떠안게 된 것이지요.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도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각각 300억 원 씩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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