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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배우들 "정말 옳은 이야기, 해야할 이야기"(종합)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스틸 이미지 /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스틸 이미지 /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제목을 보자마자 '맞다'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 얼굴을 봐야 한다고요. 정말 이 영화가 옳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직 경찰청장 박무택 역, 김홍파 배우)

스스로 몸을 던진 한 남학생의 편지에 이름이 적힌 네 명의 아이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8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렸다. 김지훈 감독과 함께 설경구, 천우희, 김홍파, 성유빈 배우가 자리했다.

우여곡절을 겪다 제작 완료 이후 5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인 만큼, 배우들로서도 오랜 기다림 끝에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본 듯 했다. 영화는 내내 어둡고 답답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역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개봉이 미뤄지는 사이 (사회적으로 학교 폭력문제가 떠오르면서) 아이의 세상이 힘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것이 연출자로서 너무 괴로운 상황이었습니다." (김지훈 감독)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10년 전 동명의 일본 희곡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바탕으로 연극 대본이 만들어진 뒤, 발표 이후 충격을 넘어서서 공분을 일으킨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연극 무대가 꾸준히 이어지며 현재까지도 묵직한 이슈를 사회에 전달하고 있다.

설경구 배우는 영화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 중 1인이자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았다. 그는 아들의 말을 끝까지 믿고 무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뭐든 해야하는 복잡한 인물을 연기했다. 가해자 부모의 심정이라는 복잡 미묘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감정을 표정에 눌러담았다.

"아들 강한결을 끝까지 믿었고, 믿고싶은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끝까지, '믿음으로 가겠다'는 심정이었죠. 만약 저라면 어떨까요. 솔직히 많은 갈등이 있었겠죠." (설경구)





천우희 배우는 가해자와 피해자인 아이들이 다니는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의 기간제 임시 담임교사 '송정욱' 역으로 분했다. 피해자 아이가 남긴 편지를 보고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송정욱은 어떤 기로에 놓여있는 인물이에요. 기간제 교사여서 앞장서서 뭔가 할 수 있는 자격이 없죠. 또 영화 관객 분들과 가장 접점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이 사건을 볼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천우희)


영화는 인물들을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몰아넣는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지'를 묻는다. 김홍파 배우는 내면의 갈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전직 경창청장으로서 청렴하고 공과 사가 분명한 인물이었지만, 자신의 손자가 가해자로 지목되고 난 뒤 "이게 맞느냐"라고 계속 고민을 털어놓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죠. 결국 아비도 없고 엄마도 없는 손자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데, 저는 재판 장면 촬영하면서 고개를 차마 못 들겠더라고요. 김지훈 감독님이 '얼굴 좀 들어라' 라고 하셨는데, 저는 도저히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내내 파묻고 있었습니다." (김홍파)

성유빈 배우는 변호사 강호창의 아들로, 피해자 '건우'가 남긴 편지 속에서 지목된 가해자 네 명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물 '강한결'을 연기했다.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연기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설득이 될까 고민이 많았다고.

"합리화의 연속이었습니다. 계속 한결이의 행동을 합리화했죠. 영화 속에서 아빠한테 '나 아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아닌 것 같아서 테이크만 20번 넘게 찍기도 했었어요. 다행히 설경구 선배님께서 '하고싶은 만큼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편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성유빈)





문소리 배우는 피해자 건우의 엄마로 혼신의 연기를 다했다. 그와 친분이 있음에도, 설경구 배우는 촬영장에서는 대화를 따로 많이 못나눴었다고 답했다. 평소 촬영장에서 스태프나 동료 배우들을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이번 촬영에선 달랐다. 천우희 배우 역시 마찬가지.

"송정욱과 건우 엄마와의 관계 같더라고요. 문소리 선배님 배역 자체가 무겁고 아픈 역할인데, 송정욱으로서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현장에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천우희)

김지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성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그만큼 아픔을 온전히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공간이 제한적인 연극을 영화로 확장하는 것 역시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그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를 통해 사회적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학교 폭력 장면 찍는 것 가체가 참 어렵고 무거웠어요. 배우 부모님을 현장에 모셔서 설명하기도 하고. 저보다는 아이들의 마음에 동의가 안 될 때는 촬영을 중지하기도 하고요.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지옥같은 장면이었고, 아이들에게 미안했죠." (김지훈)

김홍파 배우는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한 마디로 "사회가 아이들의 미래를 까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그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어린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면서 살았는지 돌아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라고 부연했다.

설경구 배우 역시 이 영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 "이런 (학교 폭력)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반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천우희 배우도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이런 이야기와 목소리 계속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김지훈 감독도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대화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27일 개봉.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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