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축제인지도 몰랐어요”…시각 장애 대학생 ‘눈물’

장애인 학교생활 살펴보니

공지사항, 음성변환 지원 없고

식당 무인주문도 혼자 이용못해

"시설 전반에 시스템 개선 필요"

서울의 한 대학이 홈페이지에 이미지 파일로 공지 사항을 게시한 모습. 일부 내용은 게시글 내 문자 형태로 적혀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반드시 이미지 파일을 확인해야 한다. 대학 홈페이지 캡처서울의 한 대학이 홈페이지에 이미지 파일로 공지 사항을 게시한 모습. 일부 내용은 게시글 내 문자 형태로 적혀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반드시 이미지 파일을 확인해야 한다. 대학 홈페이지 캡처




대구 소재 대학을 다니는 시각장애인 정 모(23) 씨는 3년간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생식당 메뉴를 직접 주문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을 받기 때문에 비장애 학생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정 씨는 “장애인들이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 기능을 넣는 등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이 ‘차별 없는 학교’를 표방하며 장애 재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학내에서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경제가 만난 시각장애 대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A(25) 씨는 “홈페이지에 공지 사항을 텍스트로 올려주더라도 자세한 내용은 이미지로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학교 전체 공지 사항을 비롯해 강의 계획서와 축제 일정 등 기타 학생들이 참여 가능한 모든 활동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축제 일정을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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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학생들은 온라인에 게시된 글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스크린 리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 정보를 습득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텍스트에 대해서만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보가 이미지 파일이나 PDF 파일로 올라올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내용을 알기 어렵다.

취업 박람회 등 외부 기업이 참여하는 교내 행사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최 모(24) 씨는 “취업 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료가 전무해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하다가 온 기억이 있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취업을 해야 하는데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 장애 재학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국내 장애 재학생은 2019년 8058명에서 지난해 8238명으로 약 200명 가까이 늘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연대 사무국장은 “대학 내 시스템이 전자화되면서 장애인들이 대학생활을 하는데 점차 불편함이 가중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학 내 설치된 장애인지원센터가 보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동시에 학교 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명 기자·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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