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시아계 여성들 2시간 넘게 줄 선 이유…美에 무슨 일이

美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특히 힘 약한 여성 노려

시민단체, 한국계 여성 살해 현장 인근서 호신용품 배포

지난 1월 미국 타임스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희생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지난 1월 미국 타임스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희생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미국 맨해튼 멀버리 거리의 한 가게 앞에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이 긴 줄을 섰다. 이들이 손에 넣으려는 것은 바로 호신용품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한 거리에는 아시아계 여성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맞서는 시민단체 소어오버헤이트가 나눠주는 호신용 페퍼 스프레이 1000병과 휴대용 경보기를 받기 위해서였다. 일부는 2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 행사는 35세 한국계 미국인 여성 크리스티나 유나 리의 살해 현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서 진행됐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아시아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뉴욕 차이나타운 아파트에서 살해된 유나 리는 자신을 뒤따라온 흑인 노숙자의 흉기에 40번 넘게 찔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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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캡처트위터 캡처


FT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호신 용품을 갖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호신술 수업을 듣거나 자체적으로 순찰 조직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어오버헤이트의 켄지 존스 공동 대표는 "우리는 스스로를 무장하고 보호하려 한다"면서 "두려움에 떠는 대신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이 자주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 중국계 여성이 타임스스퀘어 지하철역에서 흑인 남성에게 밀쳐져 선로로 떨어져 사망했고, 지난해 3월 애틀란타에선 20대 백인 남성의 총기 난사로 한국계 여성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뉴욕 경찰은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예년보다 3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스탑 AAPI 헤이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말까지 발생한 증오 범죄 1만905건 가운데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62%를 차지했다.


이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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