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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훈 감독① "'니 부모 얼굴'은 한 아이가 겪는 영혼의 재난극"

김지훈 감독 /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김지훈 감독 /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또 하나의 재난 영화입니다. 이번에는 ‘영혼의 재난’을 다뤘습니다. 기존 재난 영화와 다른 점은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 재난이라는 것이죠."




김지훈 감독의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여러 영화들을 통해 수많은 재난을 다뤄와 '재난 전문가'라 불려왔다. 가령 '화려한 휴가(2007)'는 역사적 재난이었고 '싱크홀(2021)'은 부동산 재난이었다. 이번에는 학교 폭력에 시달린 한 아이의 영혼의 재난을 다뤘다.

그가 이번 신작을 통해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서울경제스타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개봉을 앞두고 김지훈 감독과 나눈 영화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이 인터뷰는 20일 오후 화상으로 이뤄졌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 복합…블랙코미디 요소도”




Q. 영화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간절한 시간이었습니다. 저한테는 건우의 마음, 하나의 영혼이 무너지는 마음을 관객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내왔어요. 11년 전 좋은 원작을 만났고 또 좋은 배우를 만났습니다. 원작을 봤을 때의 분노와 떨림, 소름끼침을 서사로 풀어낸다면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관객 분들께서 이 영화를 통해 건우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Q. 사회적 소재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 연출 과정에서 느꼈던 바가 있다면?

-예전에는 학교 폭력에 가해자 따로 있고 피해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연출 하면서부터는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문제가 생긴다면 그 울타리는 가정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가해자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루게 됐습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스틸 이미지 /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스틸 이미지 / 사진 = 마인드마크 제공





Q. 개봉을 준비 하시면서 내내 '두렵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한 아이의 영혼이 파괴되고 그 아이의 아픔이 극단에 치닫는 것을 영화적으로 잘 표현했는지, 그 아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상처에 진심으로 아파했는지, 이런 연출자로서의 고민들을 관객들께 잘 전달했는지 걱정이 됐어요. 이 영화의 핵심은 한 아이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게 저의 잔 재주로 잘 표현 됐을 지 그게 가장 두려웠습니다.

Q. 메시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화적인 재미도 중요한데.

-우리 영화는 미스터리 같기도 하고 스릴러 같기도 한 영화입니다. 아픔을 표현하고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우선 재미가 있어야겠죠. 장르적인 서사 방식을 미스터리나 스릴러로 많이 표현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무겁고 불편하지만은 않게, 이야기는 계속 도망가고 관객은 쫓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연출적인 포인트였습니다.

Q. 영화 곳곳에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작가님이 대본을 되게 잘 쓰셨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만든 유머나 위트있는 장면은 아니었고요.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무모함이랄까요, 무지막지함이랄까요. 그런 상황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유머나 블랙코미디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일부러 유머코드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기득권이 비 기득권을 강압하고 목을 조르는 그 상황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대사였죠.



“뉴스 속 CCTV 장면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


Q. 학교폭력은 보통의 학교에서 많이 일어납니다. 영화는 반대로 실제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판타지'스러운 공간을 채택했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장 귀하고 소중하고 찬란한 것을 선물하려고 노력하죠. 그중 가장 핵심은 '환경'인 것 같아요. 하지만 기득권층이 만든 질서나 그들이 만든 정의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외형적인 화려함, 그곳의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인 공간. 허세나 허영을 신경쓰는 가장 적절한 공간으로서 학교를 표현한 것이죠. '판타지스럽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공간을 선택한 것입니다.

Q. 한국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들 중 특별히 기억하시는 게 있나요.

-우리 영화에도 해당 장면이 있는데요. 극단적인 선택을 앞두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고 있는 건우의 모습입니다. 1층에 사는 아이가 15층에서 목격 되죠. 뉴스에서 CCTV에 찍힌 장면을 봤었는데 저는 정말 폭풍 눈물이 났었어요. 미안함에 대한 눈물이었죠. 그 장면 하나가 여기까지 저를 오게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저는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지훈 감독② “'니 부모 얼굴'에 가장 걸맞는 얼굴을 설경구 배우가 구현" 기사로 이어집니다.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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