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훈 감독① "'니 부모 얼굴'은 한 아이가 겪는 영혼의 재난극" 에서 이어집니다.
Q. 원작과는 다른 설정입니다. 원작에서는 여학교였고, 한국 공연도 여중학교로 각색했었는데. 남자 그리고 국제중학교로 설정한 까닭이 있나요?
-원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우선은 공간과 캐릭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작과 조금은 차이를 두고 싶었죠.
“아직까지도 한결이는 저에게 숙제”
Q. 폭력 장면 수위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물리적 폭력은 개인적으로는 치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혼의 폭력은 치유가 안 되죠. 영혼을 파괴한다는 것이 연출의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폭력의 자극성에 초점을 맞춘다기 보다 한 아이가 한없이 무너지고 도저히 회복될 수 없는 절망에 빠지는 것을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연기한 배우들도 처음에는 빨리 끝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제대로 표현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더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어요. 감사하고 고마웠던 점은, 그 아이들은 '건우'와 같은 나이대였기 때문에 저보다 더 공감했던 것 같아요. 그 배우들도 더 잘 표현하자는 마음들이 합쳐져서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 강한결이란 캐릭터는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 가까운 캐릭터인데, 또 아닌 것 같고요. 강한결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 복합체죠. 한결이는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아빠 강호창(설경구)에게 2차 가해를 가기도 합니다. 아이가 어떤 판단을 할 수 없는 '아포리아(해결 방도를 찾을 수 없는 난관)' 상태입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한결이를 명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영원히 저에게 숙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한결이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게, 우리 사회와 세상이 한결이의 마음을 끊임없이 노크하고 어루만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연출적인 바람입니다.
Q. 설경구 배우가 연기한 강호창 캐릭터의 내면 연기도 강렬했습니다. 특히 엔딩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연출하고자 하셨나요?
-그 상황은 연출로서 제안하거나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감정은 오롯이 배우가 느껴야 했어요. 그 감정이 올라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번 찍고나서는 뭔가 아주 절묘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시 재촬영을 했죠. 배우가 어떤 감정이 나올 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고요, 카메라는 그냥 쫓아갈 뿐입니다.
설경구 배우를 안 지 몇십년 됐지만 그 배우에게서 그런 표정이 나올지 상상도 못했었고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에 가장 걸맞는 얼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김지훈 감독, 반성 많이했구나'라는 말 기분 좋아”
Q. 그동안 '재난 영화'를 주로 다뤄오셨는데.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희생'이 재난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용기와 희망이 존재하는데, 이번 영화에는 용기와 희망이 존재하지 않아요. 회복이 될 수 없는, 영혼이 파괴되는 재난입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재난이죠. 지옥보다 더한 지옥같은 상황이라 생각하면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래도 관객들은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길 바라는 게 저의 작은 소망이자 메시지입니다.
Q. 영화를 보고 나니 5년이 지나도 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피해자 건우의 아픔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이야기에 세월의 때가 있지 않을까 되게 걱정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거나 부패되거나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의 생명이나 진심은 부패되지 않고 발효됐다고 생각합니다.
Q.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요. 김지훈 감독 반성 많이 했구나, 라는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정신 차렸구나'라는 그 말이요. 영화적으로 조금 더 발전했다는 말씀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건우의 마음이 잘 다가갔구나,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Q. 영화 개봉을 앞두고 수익성 등 현실적인 목표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많이 힘들었죠. 많은 관객 분들 그립기도 하고요. 영화인으로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스크린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꿈이 이뤄지고 많은 판타지가 열리는 극장이란 공간이 너무 그리웠고요.
그 공간에 관객분들이 와서 희망도 찾고 꿈도 찾고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는 그런 시간이 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 (현실적인 목표는) 팬데믹이 빨리 끝나서 관객 분들과 행복하게 만나고 싶은 게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