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샷이 특기인 유해란(21·다올)의 아이언 샷이 갑자기 오른쪽 카트 도로 쪽으로 치우쳤다. 그린 오른쪽에서 높게 띄운 어프로치 샷도 길어 1타를 잃을 위기였다. 보기면 1타 차로 쫓겨 지각 변동을 허용할지도 모를 상황. 하지만 자신감 있게 쭉 밀어친 퍼트는 홀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갔다. 유해란은 공이 홀 입구에 다다를 즈음 이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고 챔피언 조 주변을 둘러싼 구름 갤러리는 아낌 없는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12번 홀(파4) 7m 파 세이브. 버디 같은 파로 2위와 2타 차를 유지한 유해란은 그 덕에 1타 차 우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 차 유해란이 신인 돌풍과 베테랑의 추격을 모두 다 이기고 1억 44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다. 유해란은 24일 경남 김해 가야CC(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국가대표 시절을 함께 보낸 동갑 권서연(21)을 1타 차로 따돌렸고 앞 조에서 추격전을 벌인 투어 간판 장하나(30)를 2타 차로 눌렀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 지난 시즌 후반기에만 2승을 올린 유해란은 최근 11개 대회에서 3승을 몰아치는 무서운 감각을 뽐냈다. 올 시즌 3개 대회에서 모두 톱 5(공동 3위-4위-우승)에 든 그는 대상(MVP) 포인트 1위를 굳게 지키는 한편 상금 4위에서 1위(2억 3950만 원)로 올라서며 타이틀 경쟁에서도 기선을 제압했다.
첫날 1타 차 공동 4위에 오른 유해란은 2라운드에 공동 선두로 올라가더니 3라운드에 5타를 줄여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마지막 날 버디 3개(보기 1개)를 보태는 등 나흘 간 버디 18개에 보기는 딱 2개뿐이다.
유해란은 첫 홀 5m 버디로 출발해 7번 홀(파4)에서는 9m 버디를 넣어버렸다. 11번 홀(파4)에서 같은 조 권서연에게 버디를 맞아 1타 차로 쫓겼지만 바로 2m 버디를 놓치지 않고 넣어 2타 차로 되돌렸다. 12번 홀 위기를 잘 넘긴 유해란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트로피를 차지했다. 마지막 홀에서 퍼트가 흔들려 연장 기운이 살짝 감돌았지만 보기 퍼트를 넣고 동료들로부터 꽃잎 세례를 받았다.
경기 후 유해란은 “갤러리(주최 측 추산 나흘 간 2만 3000명) 앞에서는 첫 우승이라 더 기쁘다. 12번 홀 파 퍼트는 경사가 잘 보여서 과감하게 했다”며 “시즌 초반은 늘 드라이버 샷이 흔들리고는 했었는데 올해는 만족스러운 피팅 덕에 안정감이 생겼다. 3m 안쪽 퍼트 연습 효과가 나타나 예전 같으면 놓쳤을 짧은 퍼트도 잘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늘 발동이 조금 늦게 걸렸던 유해란에게 ‘봄 우승’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박)민지 언니가 이 대회 우승하고 좋은 모습(시즌 6승·3관왕)을 보였듯 저도 이번을 기회로 많은 승수를 쌓는 한 해이길 바란다”고 했다.
신인 권서연과 이예원이 각각 15언더파 2위, 13언더파 공동 5위에 올라 신인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2부 무대인 드림 투어에서 왕중왕전 우승 등 시즌 2승을 올려 상금 2위로 1부 직행 티켓을 따낸 권서연은 유해란이 버디를 기록한 3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는 등 마지막까지 장군멍군의 명승부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예원은 버디만 6개로 6타를 줄이는 뒷심을 과시했다.
박결과 장하나는 나란히 5타를 줄여 14언더파 공동 3위다. 지난해 부진으로 시드전까지 갔다가 겨우 출전권을 유지한 박결은 올 들어 3개 대회에서 두 차례 톱 5에 들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타 차 2위의 챔피언 조로 출발한 신인 전효민은 3타를 잃어 공동 14위로 밀렸다. 무명에 가까웠던 전효민은 1·2라운드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3라운드까지도 선두권에 들면서 이름을 알렸다. 열흘 전 쯤 프로암 이벤트에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해당 대회를 건너뛰어야 했던 임희정은 복귀전인 이번 대회에서 톱 10(11언더파 공동 9위)에 드는 투혼을 발휘했다. 박현경은 1타를 잃어 8언더파 공동 22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