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이대남이 수긍할 병역 공정성

여론독자부 차장








공정성을 따질 때 개개인의 상황과 결부되면 비판을 넘어 곧잘 분노로 돌변한다. 불공정 알레르기는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지만 균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청년 세대가 기성 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공정의 예민한 영역 중 하나가 병역이다. 최근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논쟁이 청년층, 특히 ‘이대남’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병역 특례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단순히 원칙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 자신이 맞닥뜨려야 할 박탈감이 더 큰 이유로 작용한다. 세계적 K팝 그룹의 국위 선양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부와 명예를 거머쥔 소수를 위한 예외나 군 입대와 다른 진로 선택의 기회를 얻지 못한 상실감이 분개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인간 본연의 욕구 표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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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욕구가 가로막히면 피해 의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장병들이 가치관이나 정신 세계에서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있다”며 군심을 지적한 것이 논란이 됐다. 군기 잡기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병사들 입장에서는 졸지에 훈계 대상이 된 꼴이다. 정작 이 후보자 본인이 이른바 ‘관사 테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황에서 군을 지휘할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열악한 병영 시설에서 격리 생활을 하면서도 견딘 장병들이 그간의 노고를 위로받기는커녕 초면에 뺨을 맞은 것과 다름없다.

병영 밖에서는 갖은 ‘찬스’를 활용한 병역 회피·비리가 끊이지 않는데 온전한 가치관을 가진 젊은 병사들이 이쯤에서 공정을 떠올린다면 어떤 심정일까. 불공정에 편승하지 않으니 불편과 부당한 대우밖에 돌아올 게 없다는 자조만 남을지 모른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이제 정신교육의 시간’ ‘영내 휴대폰 사용 금지되나’ 등 댓글들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이익이 돌아가야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했다. 청년 세대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과 비교해 덜 받는 수혜자에 속한다. 젊은 병사들은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의무를 다하라고 강요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헤아려야 할 약자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병역법 개정안의 향방을 예단하기 어렵다.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면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말 많은 ‘병사 월급 인상’으로 무마하지 말고 수혜 열외자들을 배려하는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약자의 위치에서도 받아들일 만하다고 느낄 때 기회 균등은 이뤄진다.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상대방에도 하지 말라’는 황금률(Golden Rule)은 그래서 공정에서도 통한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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