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부처 칸막이에 우주정책 산으로…G20 중 韓만 전담기구 없어

[대한민국 신성장전략] 담대한 도전-우주에서 길을 찾다

<1> 우주개발 인프라 조성-컨트롤타워 구축 시급

美, NASA가 대통령에 직접 보고

中도 국가항천국 중심 일사불란

韓, 부처간 위성·탐사 등 제각각

순환보직 탓 전문성 쌓기 쉽지않아

장기계획 못잡고 구색맞추기 급급

우주청 큰 그림 대신 '입지' 논란만





# 중국은 지난해 화성 착륙선을 보낸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지구 궤도를 도는 자체 우주정거장(톈궁)을 완성할 계획이다. 자원의 보고인 소행성을 겨냥한 탐사선도 이르면 2024년 쏘아 올린다. 심우주 탐사의 전진기지가 될 달도 적극 공략해 2019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고 유인 달 기지 건설 계획도 추진 중이다. 우주 관측에도 역점을 둬 지난해 태양 탐사선을 보낸 데 이어 내년에는 중국판 허블 망원경도 띄운다. ‘우주 굴기’에 한층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 미국 스페이스X는 지구 오지에서도 쓸 수 있는 위성 인터넷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최근 우크라이나에 이 서비스를 무료 지원했다. 영국 원웹도 잰걸음을 보이고 미국 아마존도 앞으로 5년간 위성 인터넷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위성 인터넷이 현실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등은 발사체 재활용을 통해 지구 궤도상의 우주 관광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위성 정보를 인공지능(AI) 등과 접목한 위성 정보 분석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24시간 가동하는 우주 태양광 사업도 미국·중국·일본 등에서 연구 중이다. 먼 얘기지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공해산업의 메이드 인 스페이스(Made In Space) 시대도 기대된다.

이렇게 우주 선도국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우주개발을 현실화하며 15~16세기 대항해 시대처럼 ‘우주판 골드러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뉴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 생명과학·전기전자·통신·기계·AI·첨단소재 등 산업 파급효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염두에 두는 것이다.



현재 미국·중국·유럽·러시아·일본·인도 등 우주 강국은 물론 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호주·터키 등도 우주 전담 기구(Space Agency)를 갖추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북한도 우주 전담 기구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 백악관 직속의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대통령이 나사 청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다. 부통령은 국가우주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연스레 상무부·국방부·교통부·국무부·내무부 등을 통할한다. 미국과 우주 패권 경쟁을 하는 수준으로 큰 중국은 국가항천국이 우주 정책 입안과 이행에 관해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 R&D는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와 중국항천과공집단공사가 맡고 있다. 1970년대 초 우주 발사체와 위성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을 확보한 일본은 내각에 우주개발전략본부를 두고 총리가 본부장을 맡아 범부처를 망라한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주개발이 과학기술을 넘어 안보, 경제·산업, 외교,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을 고려해 우주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중 우주 전담 기구가 없는 곳은 우리뿐”이라며 “현재 우주 전담 기구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건설적 논의는 실종되고 항공우주청의 입지만을 놓고 대전이냐 사천·창원이냐 논란만 커져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관련기사



그동안 우리는 부처 간에 위성·발사체·우주탐사를 개별적으로 진행하거나 연구기관 사이에도 협력이 원활하지 않아 통합 전략을 펴지 못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국가정보원 등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실의 담당 공무원들도 순환 보직으로 전문성을 쌓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위성 기술의 경우 선도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왔지만 아직 미국·유럽에 비해 해상도, 오차 정밀도, 기동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 발사체는 6월 15일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성공을 목표로 하지만 1.5톤 모사체 위성(초소형 큐브 위성 4기 등 총 180㎏ 성능 검증 위성 첫 탑재)을 저궤도(지상 700㎞)에 띄우는 수준으로 상용 발사체로서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진다. 8월 1일 발사하는 달 궤도 탐사선도 스페이스X를 통해 진행한다. 2030년 우리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나 우주 강국과는 격차가 크다. 탁민제 KAIST 교수는 “선도국들은 앞다퉈 뛰는데 우리는 누리호 다음에 뭘 할지 등 장기 계획이 부족하고 뉴스페이스도 구색 맞추기식”이라며 “우주 전담 기구를 만들어 대형 발사체도 개발하고 우주 비즈니스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결국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에 기획·예산·인사권을 가진 우주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장기 로드맵 수립과 힘 있는 집행을 통해 K우주(K Space) 시대를 열 수 있다. R&D 기관도 항우연·국방과학연구소·한국천문연구원 등으로 흩어져 있고 상호 문턱이 높은데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 우주청이나 우주항공청이 아닌 항공우주청 체제로 갈 경우 우주 분야가 초음속 비행기나 드론 등 항공 쪽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덩치가 큰 항공 쪽에 밀릴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의 안형준 박사는 “대통령실에 우주본부 또는 총리실에 우주처를 두거나 총리가 위원장이 된 국가우주위원회를 행정위원회로 상설화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다”며 “범부처 협력·조정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