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한토큰(NFT, Non-Fungible Token)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NFT 하나가 수십 억 원에 거래되는 세상입니다. 열기가 이어질지 이대로 식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NFT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NFT를 발행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NFT를 사고 싶어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NFT는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대체 왜 인기가 많은 건지 [도예리의 NFT 레이더]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부하면서 유망한 NFT 프로젝트를 가려내는 식견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11년 전에 프로필 NFT(PFP, Profile Picture NFT) 개념을 구상한 프로젝트가 있다. ‘에잇빗 미(Eightbit Me)’라는 NFT 프로젝트다. 8-bit로 나를 표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크립토펑크, BAYC 등 프로젝트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 에잇빗 미는 8비트로 이뤄진 가상 캐릭터를 선보였다.
지난 25일 오픈씨 기준 에잇빗 미 거래량은 5,108.19ETH로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24시간 동안 거래량이 142.07% 증가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거래량이 무려 6164.53% 치솟았다. 플로어 프라이스는 1.18ETH를 기록했다. 에잇빗 미 NFT는 총 8,888개 발행됐다. 이날 기준 홀더 수는 3,283명이다.
다만 아직 오픈씨에선 에잇빗 미를 공식 계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확인된 계정에 주어지는 ‘브이(V)’ 표시가 에잇빗 미에는 붙어있지 않다. 이에 에잇빗 미는 지난 23일 두 차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오픈씨를 태그하고 공식 계정 승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에잇빗 미는 지난 2011년 에잇빗(Eightbit)이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당시 홍보 영상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1분 24초짜리 영상에서 에잇빗의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를 대표하는 가상 캐릭터로 가상 공간과 현실을 넘나들며 소통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받는 플랫폼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 나오는 ‘인생은 게임이다(Life Is Game)’란 문구도 인상적이다. 게임 퀘스트를 깨듯 새로운 장소에 방문하고, 네트워크를 쌓을 때마다 보상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인생을 게임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방식은 최근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플레이투언(P2E, Play-To-Earn), 무브 투 언(Move-To-Earn) 등 패러다임과도 유사하다. 사용자가 특정 활동을 하면 보상을 지급하며 참여를 독려하는 구조를 에잇빗 미는 일찍이 구상한 것이다.
에잇빗 미는 11년만에 빛을 발하게 됐다. 웹3.0, 블록체인, PFP NFT 등이 부상하면서 에잇빗 미도 이 흐름에 올라탔다. 에잇빗 미는 지난 3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8,888개 NFT 민팅을 완료했다. 민팅 가격은 가스비를 제하고 0.05ETH였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에잇빗 미 NFT는 플로어 프라이스(1.18ETH) 기준으로 민팅가 대비 20배 올랐다.
이처럼 에잇빗 미가 NFT 시장에서 세간의 이목을 이끌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11년 전에 PFP NFT 기회를 포착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최근 급격한 거래량 증가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에잇빗 미 NFT가 주목을 받은 건 NFT 업계의 큰손 투자자들이 이 NFT를 대량 사들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블록체인 특성상 지갑주소만 알면 해당 지갑이 어떤 NFT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4일 돈 콜미 브로(don’t.call.me.bro) 라는 익명의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프랭시(Pranksy)가 50개, mb NFT가 100개, 포세이돈 NFT 다오(Poseidon NFT DAO)가 50개, 레오니다스 NFT(Leonidas NFT)가 90개를 사들였다. 사무엘 까르디요(Saumel Cardillo) 아티팩트(RTFKT) 스튜디오 CTO도 에잇빗 미를 매수했다. 아티팩트는 지난해 12월 나이키에 인수된 버추얼 패션 전문 플랫폼이다.
에잇빗 미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우리의 목표는 간단하다. 재밌게 놀고 싶다”고 밝혔다. 에잇빗이 온, 오프라인에서 상호작용 가능한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과연 11년 간 갈고 닦아온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