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양공대는 동남아시아의 의료 허브가 되겠다는 싱가포르 정부의 계획에 맞춰 10여 년 전 영국의 앞선 의대와 함께 의대를 설립했습니다. 18년 계약이 끝나는 2029년에는 독자적으로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을 하게 되죠.”
조지프 성(Joseph Sung) 난양공대 리콩치안의대(LKCMedicine) 학장은 최근 현지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영국의 임페리얼컬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과 의대를 설립해 우수한 의료 인력을 키워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대 명칭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자선가인 고(故) 리콩치안의 이름을 딴 것이다. 성 학장은 위장병 전문의로서 2010~2017년 홍콩중문대 총장을 지냈고 2018~2020년 클래리베이트 선정 피인용 세계 상위 1% 학자로 꼽혔다. 앞서 2003년 홍콩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당시 호흡기 전문의가 아니었지만 직접 의료팀을 꾸려 치료에 적극 나서면서 미국 타임지로부터 ‘사스 영웅’이라고 묘사되기도 했다.
그는 “리콩치안의대 구성원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고유 커리큘럼과 교육철학”이라며 “1~2학년은 TBL(Team-Based Learning)이라고 하는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며 “해부학 수업의 경우 해부학자와 임상학자가 함께 시체에 플라스틱을 넣어두거나 해부학 이미지를 활용하는 등 흥미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학생·연구자 연구 몰입 프로그램이 있어 모든 학생이 6주간 연구 경험을 쌓는다. 의대 곳곳을 둘러보니 정보기술(IT), 홀로그램, 3차원(3D) 이미지 플랫폼 등을 활용한 첨단 교육 기법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5년 교육과정을 마치면 NTU와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서 공동으로 의학 및 외과 학사를 받는다.
리콩치안의대는 NTU에 있는 본캠퍼스에서는 기초과학을 담당하고 외부의 노베나 캠퍼스는 파트너 병원인 탄톡셍병원 근처에서 임상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싱가포르가 비교적 대처를 잘한 것도 우수 의료진이 있기 때문이다.
리콩치안의대는 싱가포르 정부가 역점을 두는 인구·세계 보건을 비롯해 뇌 연구, 정신 건강, 영양학, 신진대사, 건강, 호흡기관, 감염병, 피부병, 상처 재생 등을 주로 연구한다. 데이터 사이언스, 발생생물학·재생의학, 마이크로바이옴 의학도 한다. 성 학장은 “처음에는 학장을 임페리얼컬리지런던에서 초청했을 정도로 영국 대학 체계를 그대로 도입했다”며 “커리큘럼을 만들고 빠르게 성장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싱가포르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차츰 현지화된 커리큘럼을 개발하며 오히려 임페리얼컬리지런던에서 TBL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성 학장은 “오너십을 가지고 싱가포르 방식으로 변화시켜왔다”며 “2029년에는 리콩치안의대만의 독자 프로그램을 구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