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무안공항 219억·양양공항 187억 적자인데…표심 노린 '무리수 공약' 강행

■尹 '8대 지방공항' 모두 추진

尹 '약속과 민생 행보' 지역 투어

"누구나 평등" 지역균형발전 의지

적자 만연 지방공항 공급과잉 우려

"중앙정부 천문학적 빚 떠안을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를 찾아 건물 옥상에서 안영규(왼쪽) 부시장으로부터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권욱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를 찾아 건물 옥상에서 안영규(왼쪽) 부시장으로부터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권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찾아서도 지역개발을 강조했다. 그는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건설 현장을 보고 왔지만 인천이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며 “인천지역 발전이 곧 대한민국과 아시아의 발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약속과 민생의 행보’를 내세워 지난주 호남과 부산·울산·경남(PK)을 찾은 데 이은 세 번째 행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의지다.



하지만 일부는 도를 넘었다. 무리수 공약인 것이 뻔한데도 밀어붙인다. 지방 공항 공약이 대표적이다. 인수위는 지역의 염원인 지방 공항 공약 8개를 모두 국정과제에 담기로 했다. 전날 인수위는 이 같은 방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했고 이르면 27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지방 공약이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 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400조 원이 넘는 빚을 내며 늘린 재정지출로 국가 빚이 1000조 원을 넘어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공약했다. 재정으로 충당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등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연금 개혁까지 예고했다.



하지만 약속한 8대 공항 공약을 모두 지킬 경우 중앙정부에서 허리띠를 졸라맨 재정을 지방 공약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만 13조 7000억 원이 들어간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대구경북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모두 공약대로 추진되면 적어도 수 십조 원의 혈세 투입은 불가피하다. 이미 대구경북신공항은 공약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추진 △국가 재원으로 건설 추진 등을 못박아 놓았다.



지방 공항이 처한 상황을 보면 결국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따르면 코로나가 휩쓴 2020년 흑자를 유지하던 김포국제공항(-431억 원)과 김해국제공항(-264억 원), 제주국제공항(-9억 원)마저 적자를 기록했다. 윤 당선인이 관문 공항으로의 육성을 약속한 무안공항은 건설 비용만 3000억 원이 들어갔지만 2016년 이후 매년 166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안공항과 합친다는 광주공항도 같은 기간 매년 평균 63억 원, 청주공항도 101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공항을 민간 공항으로 바꾸는 서산공항(충남공항) 건설도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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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하게 조율되지 않은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도 있다. 만성 적자를 보고 있는 울산공항은 대구공항과의 거리가 10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은 울산공항의 활주로를 확장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지역에서조차 적자의 늪에 빠져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공항의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약에는 공항 청산 신설, 배후 개발을 통한 복합도시 조성 등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방 공항 공약이 모두 추진된다면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지방 공항을 공급과잉 상태로 만들고 불어난 공공 부문의 빚을 다시 정부가 떠안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제 공항이 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와서 지역경제가 살 수 있지만 외국 항공사들이 취항을 해야 가능하다”며 “국내 공항이 될지 국제 공항이 될지도 모르는데 지역주민들이 원하고 있으니 (공약 철회는)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수위도 지방 공항 공약을 모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빚더미 공항 양산을 우려해 국정과제에 추진 시기를 명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다른 공항들이 무더기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나온다. 가덕도신공항조차 예타를 넘지 못해 국무회의에서 면제한 뒤 추진된다. 이 때문에 다른 공항들도 예타의 문턱에 걸려 줄줄이 사업이 좌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부 사업이 무효화될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 밀양공항과 가덕도를 두고 지역끼리 반목하던 현상이 다시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구체적인)이행 여부를 검토하기에는 대단히 한계가 있다”며 “모두 세부 (개별)과제로 하는 게 아니라 국정과제에 ‘지방 공항 활성화’를 담아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에서 배준영(왼쪽 첫번째) 국민의힘 의원, 유정복(〃 세 번째) 전 인천시장과 함께 인천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바다 건너가 강화도다. 권욱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에서 배준영(왼쪽 첫번째) 국민의힘 의원, 유정복(〃 세 번째) 전 인천시장과 함께 인천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바다 건너가 강화도다. 권욱 기자


구경우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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