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매점에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CJ CGV 측은 이날 매점 매출이 전주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5일 하루 전국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전주 대비 1만여명 늘어난 6만3997명으로, 자체적 목표치엔 못 미친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 주에 관객을 유인할 기대작이 없었던 탓으로 해석된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관 업계의 회복까진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걸 보여주는 풍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며 기반째 흔들린 분야 중 하나로 영화산업을 꼽는데 이견을 말하는 이는 없다. 2019년까지만 해도 관객 1000만명 이상 동원한 작품을 꾸준히 배출했던 호황은 지금 흔적도 없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굳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영화관 매출이 영화산업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이기에, 극장 산업의 회복이 국내 영화산업 회복의 키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크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보면 연간 극장 매출은 2019년 1조9140억원으로 2조원대를 넘보다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2020년, 2021년 각각 5104억원, 5845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총 관객 수도 2019년 2억2668만명에서 2020년엔 5952만명, 2021년엔 이보다 소폭 늘어난 6053만명에 그쳤다. 매출·관객 수 모두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4분의1토막이 났다. 당연히 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운영하는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각각 2412억원, 1320억원, 70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관객들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제작·배급사들은 영화를 개봉했을 때 손익분기점조차 넘을지 자신할 수 없었기에 개봉을 연기했다. 이는 관객을 끌어들일 콘텐츠의 부재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으며, TV 방영권 매출이나 해외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김무성 롯데컬처웍스 상무는 최근 영진위 토론회에서 2020년과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이 각각 29편, 17편뿐이라며 “국내 영화관의 외화와 한국영화 비중은 통상 5대5인데, 현재는 한국영화 비중이 30% 내외”라며 “세계 영화시장 중 가장 회복이 더딘 데는 이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영진위 보고서에서 지난해 영화 산업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64.4%에서 지난해 30.4%로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OTT·VOD 시장은 2019년 35.6%에서 2021년 69.6%로 급증하며 극장을 크게 앞질렀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처럼 영화 외에 소비할 만한 영상콘텐츠도 OTT를 중심으로 늘었고, 굳이 영화를 보려 영화관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도 커졌다.
문제는 극장 매출이 영화산업 전체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영진위는 “전체 영화산업 총매출에서 극장의 비중이 2019년 76.3%에서 2021년 57.1%로 줄었고, 극장 외 시장의 매출은 같은 기간 19.9%에서 37.5%로 늘었으나 절대적 매출 규모가 줄었기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화배 스튜디오디에이치엘 대표는 영진위 토론회에서 “영화관의 매출 회복이 영화산업 매출 회복과 일대일로 직결된다”며 “영화관이란 오프라인 플랫폼에 비판적인 의견도 있지만, 극장산업이 영화산업 매출 회복의 중요한 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