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등 푸른 생선이 등이 푸른 이유





- 박순원

나는 ‘등 푸른 생선’이라는 말이 좋다 ‘등이 시퍼런’보다 푸른이 주는 안전한 느낌 약간 부드러우면서 밝고 건강한 느낌 고등어 꽁치 삼치 참치 방어 정어리 멸치 청어 연어 장어 전갱이 모두들 정겹다 특히 고등어 꽁치 멸치는 매일 만나는 오래된 친구들 같다 필수지방산 오메가-3 중 DHA와 EPA라는 성분을 알고부터 내가 잘 알고 지내던 친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것 같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DHA와 EPA를 알고부터는 푸르지 않고 시퍼렇다고 해도 해도 밉지 않다 오히려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시퍼러등등’이라고 하면 잡히자마자 갑판 위에서 기세등등 날뛰던 생선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더 신선하고 싱싱한 느낌이다


등 푸른 생선의 등이 푸른 것은 멍 자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대로 내면화된 슬픔의 빛깔일 것이다. 고등어·꽁치·멸치라고 왜 무지개 원단을 잘라 슈트와 재킷을 해입고 싶지 않았겠는가. 색깔이 튀는 것들은 가차 없이 맹금류의 먹이가 됐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파도의 빛깔을 등에 새기게 됐을 것이다. 아랫배가 흰 것은 햇빛인 척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속에서 솟구치는 천적들을 잠시 눈부시게 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슬픔이 만든 보호색을 앞뒤로 두르게 됐을 것이다. 물속 이동 경로부터 체내 성분까지 모든 것을 다 들킨 저들은 이제 어떤 보호색을 만들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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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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