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올 1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12조 원대 매출을 거뒀다. 최근 반도체 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27일 올 1분기 매출 12조 1557억 원, 영업이익 2조 8596억 원, 영업이익률 2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116% 각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보다 100% 늘어난 1조 9829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가 계절적 반도체 비수기인 1분기에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업계의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 8조 7197억 원보다 3조 원 이상 더 많다. 11조 원대 매출을 예상한 증권가 전망치도 뛰어넘었다.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2018년 1분기 4조 3673억 원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자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 폭이 우려보다 작았고 최근에는 반등 조짐까지 보인 점이 이번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값 상승,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SK하이닉스가 올 초 고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연말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를 미국 자회사로 편입한 점도 매출 증대 효과로 이어졌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1분기가 계절적인 비수기임에도 의미 있는 실적을 올렸다”며 “최근 서버 제품의 수요가 커지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시황은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노 사장은 다만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양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 사장은 “올해 반도체 장비 리드 타임(주문 후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4세대 D램과 176단(저장공간인 셀을 176층으로 쌓은 반도체) 낸드플래시 양산 확대 일정이 연초 계획보다 일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비 리드타임 이슈가 새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제품의 초기 생산량 확대에 현실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사업 계획을 기존 일정보다 앞당겨 수립해 대응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과거 판매된 일부 D램 제품의 품질 저하로 발생한 비용도 회계에 포함했다. 제품 교환 등 보상 절차에 들어갈 비용 3800억 원가량을 일회성 판매 보증 충당 부채로 잡아 1분기 회계로 처리했다. 노 사장은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며 “향후 2년간 제품 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SK하이닉스는 아울러 반도체 생산 공장(팹) 추가 확장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장 부지에 새 생산 시설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별도로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투자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이달 25일 경기 용인시에 착공계가 제출됐다. 이 사업은 2019년 2월 계획됐지만 정부 환경영향평가, 주민 반대 등으로 3년 넘게 연기됐다. SK하이닉스는 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을 개정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사외이사 후보를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관점에서 여성 사외이사 후보 추천·선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